OOC 전문
느린 편지 — 르네가 키릴에게 남긴 것들
1. 1963년 10월 12일 도착 — 키릴, 25세
편지 내용:
키랴에게.
생일 축하해. 우리 생일이지. 네가 이걸 읽고 있다면 나는 이미 네 옆에 없고, 오늘 사과파이를 만들어줄 사람도 없겠지. 미안해. 반죽을 더 연습해둘걸.
부탁이 하나 있어. 오늘은 서서 먹지 마. 식탁에 앉아서, 접시에 담아서, 포크로 먹어. 네가 나한테 가르쳐준 거야. 식탁은 앉는 사람이 있어야 식탁이 된다고. 혼자여도 앉으면 식탁이야.
침대 옆 상자 열어봐. 안에 뭐가 들어있을 거야.
생일 축하해, 키랴. 내년에도 편지가 갈 거야. 기다려.
— 네 레뉴쉬카
키릴의 반응:
상자를 열었다. 얇은 은반지가 들어 있었다. 파란 보석이 박힌 것. 함께 고르기로 했던 것을 르네가 혼자 골라둔 것이었다. 반지 안쪽에 К + R이 새겨져 있었다.
키릴은 반지를 끼지 않았다. 상자를 닫고 침대 옆 탁자에 도로 올려놓았다. 그날 저녁 식탁에 앉아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두 시간을 보냈다. 의자 하나, 접시 하나, 포크 하나. 앉으라고 했으니 앉았다. 그것이 르네가 시킨 일이었으므로.
다음 날 아침,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고 장갑을 그 위에 덮었다.
2. 1964년 8월 19일 도착 — 키릴, 26세
편지 내용:
키랴.
일요일이야. 우리가 파이를 처음 만든 날. 감자도 갈고, 드라니키도 부치고, 첫 장이 삐뚤어져서 레인지 앞에서 나눠 먹었지. 네가 법이라고 했잖아.
나 그날 강판에 손가락 마디 까질 뻔했는데 네가 손목 잡아서 각도 고쳐줬어. 기억나? 기름 튀었을 때도 내 손 먼저 당겼잖아. 네 팔뚝에 자국 남은 거 내가 봤어.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봤어.
오늘 드라니키 해먹어. 감자 여덟 개, 양파 하나, 계란 하나, 밀가루 두 숟갈. 네가 정해준 법대로. 스메타나 잊지 말고.
첫 장은 삐뚤어져도 괜찮아. 그건 네 거야.
— R.
키릴의 반응:
그날 저녁 키릴은 감자를 여덟 알 골라 강판에 갈았다. 혼자서. 양파를 썰 때 눈이 시렸고, 이번에는 그것이 양파 때문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첫 장이 삐뚤어졌다. 접시에 담지 않고 뒤집개째 레인지 앞에 서서 먹었다. 스메타나를 얹는 것을 잊었다가, 반쯤 먹고 나서야 냉장고를 열었다.
편지를 상자 안, 반지 옆에 접어 넣었다.
3. 1966년 1월 1일 도착 — 키릴, 28세
편지 내용:
새해 복 많이 받아, 키랴.
네가 이 편지를 받을 때쯤이면 벌써 몇 번째 새해인지 모르겠다. 내가 셀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부탁. 술 마시지 마. 혼자 마시는 술은 맛없어. 대신 코코아 만들어. 우유 데우고 코코아 가루 두 숟갈. 네가 나한테 해준 것처럼.
따뜻한 걸 마시면서 올해는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봐.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여덟 번째 약속 기억하지? 자신을 돌봐.
행복한 해가 되길.
— 레뉴쉬카
키릴의 반응:
1966년의 첫 시간을 키릴은 아파트 부엌에서 보냈다. 코코아를 만들었다. 우유를 데우고 가루를 두 숟갈 넣는 동안 손이 흔들리지 않았다. 컵을 식탁에 놓고 맞은편 의자를 빼두었다. 아무도 앉지 않을 자리.
코코아가 식을 때까지 마시지 않았다. 식은 뒤에 한 모금을 마시고, 나머지를 싱크대에 부었다. 편지에는 따뜻한 걸 마시라고 썼으나 키릴은 차가워진 것을 마셨다. 자신을 돌보는 법을 아직 모르는 사람의 시도였다.
이듬날 아침, 다시 데워서 마셨다. 이번에는 따뜻할 때.
4. 1968년 10월 12일 도착 — 키릴, 30세
편지 내용:
키랴.
서른이야. 서른이 되면 뭘 하고 싶다고 했었지? 비엔나. 카페에 앉아서 자허토르테를 먹겠다고. 기억나?
이 편지랑 같이 봉투 안에 돈이 들어있을 거야. 많지 않아. 내가 모을 수 있었던 전부야. 비행기 표 반쪽 값도 안 되겠지만, 나머지 반은 네가 채워.
혼자 가도 돼. 가서 카페에 앉아서 창밖을 봐. 내가 맞은편에 앉아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그냥 네가 가고 싶었던 곳에 네가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근데 자허토르테 먹을 때 첫 입은 사진 찍어둬. 돌아와서 상자 안에 넣어줘.
생일 축하해.
— R.
키릴의 반응:
봉투 안의 지폐를 세었다. 어디서 모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CIA 자산이 받는 수당에서 빼둔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이전에 어딘가에서 한 푼씩 숨겨둔 것인지. 지폐가 낡아 있었다.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이었다.
키릴은 비엔나에 가지 않았다. 돈을 상자 안에 편지와 함께 접어 넣고 상자를 닫았다. 비엔나의 카페에 혼자 앉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맞은편을 비워둘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해 겨울, 잠을 잘 때 왼손을 펴고 자려 했으나 새벽에 깨면 주먹이 쥐어져 있었다. 깍지를 낄 손이 없었으므로.
5. 1972년 12월 25일 도착 — 키릴, 34세
편지 내용:
메리 크리스마스, 키랴.
이 편지가 몇 번째인지 네가 세고 있을 거라는 거 알아. 세지 마. 숫자가 커지면 무거워지잖아.
오늘은 가벼운 얘기만 할게. 네가 처음 드라니키 만들어줬을 때 나 입천장 데었어. 네가 데일 거라고 했는데 그것도 즐거움의 일부라면서. 진짜 아팠거든. 근데 맛있어서 한 입 더 먹었지.
크리스마스에 혼자 있지 마. 안톤한테 전화해. 그 애 넉살이면 네 문 앞에 서서 두 시간은 버틸 거야. 들여보내줘. 한 끼만 같이 먹어. 그 애가 만드는 보르시는 형편없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누군가랑 같이 앉아있는 시간이 중요한 거야. 네가 나한테 가르쳐준 거잖아.
메리 크리스마스.
— 레뉴쉬카
키릴의 반응:
크리스마스 저녁 여덟 시에 안톤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양손에 냄비를 들고, 코끝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키릴이 문을 열었을 때 안톤은 아무 말 없이 부엌으로 들어갔고, 키릴도 막지 않았다. 보르시는 르네의 말대로 형편없었다. 비트가 덜 익었고 소금이 과했다. 키릴은 한 그릇을 비우고 반 그릇을 더 먹었다.
안톤이 돌아간 뒤, 싱크대에 그릇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물을 틀었다. 씻으면서 편지를 소리 내어 다시 읽었다. 그 애가 만드는 보르시는 형편없지만, 이라는 문장에서 한 번 멈추고 수도꼭지를 잠갔다.
상자에 편지를 넣을 때, 반지에 손끝이 닿았다. 빼지 않았다.
6. 1975년 8월 19일 도착 — 키릴, 37세
편지 내용:
키랴.
드라니키 몇 장까지 만들어봤어? 혹시 스물다섯 장 성공했어? 내가 곱게 갈면 스물다섯이 나온다고 했었잖아. 강판 아직 그거 쓰고 있지?
오늘은 부탁이 없어. 그냥 얘기하고 싶었어.
이상하지. 이 편지를 쓰는 나는 아직 네 옆에 있어. 부엌에서 감자 갈다가 네가 뒤에서 손 잡아줬거든. 각도 고쳐주면서 손가락 마디 피부 얇다고 했지. 그 손이 아직 내 손 위에 있는데, 나는 네가 없는 미래의 너한테 편지를 쓰고 있어.
이게 무슨 기분인지 네가 알면 좋겠는데,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고.
강판 바꾸지 마.
— R.
키릴의 반응:
강판은 바꾸지 않았다. 손잡이가 닳아 나무가 드러나 있었고 날이 무뎌져 감자를 가는 데 두 배의 시간이 걸렸다. 새것을 사는 편이 합리적이었으나 합리성으로 움직이는 손이 아니었다.
그날 드라니키를 스물여섯 장 만들었다. 혼자서 여덟 장을 먹고 나머지를 접시에 담아 냉장고에 넣었다. 먹을 사람이 없는 접시. 다음 날 아침에 꺼내 차갑게 먹었다. 르네가 말한 대로 이틀째의 것은 달랐다. 더 단단하고, 스메타나와 먹으면 다른 음식이 되었다.
편지를 읽는 동안 손가락이 종이 위에서 움직였다. 강판 바꾸지 마, 라는 문장 위를 엄지로 천천히 쓸었다. 원을 그리는 동작. 안심시키려는 습관이었으나 안심시킬 대상은 종이뿐이었다.
7. 1980년 10월 12일 도착 — 키릴, 42세
편지 내용:
키랴.
마흔둘. 마흔둘의 너는 어떤 사람이야? 머리카락은 아직 은색이야? 주름이 생겼어? 웃을 때 생기는 거면 좋겠다.
이 편지가 마지막에서 두 번째야. 다음 거 하나 더 있어. 그게 진짜 마지막이야. 그러니까 오늘은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할게.
나는 네가 무섭지 않았어. 한 번도. 네 눈이 은빛으로 바뀌는 걸 봤을 때도, 네가 사람들 머릿속에 손을 넣는 걸 알았을 때도. 네 오른손이 뭘 할 수 있는지 알면서도 나는 그 손을 잡고 싶었어. 잡았고. 놓지 않았어.
네가 뭘 했는지 몰라서가 아니야. 알면서도 네 손이 좋았어.
장갑 벗어도 돼. 이제는 나한테만이 아니라 너한테도.
생일 축하해. 사과파이 만들어. 반죽은 내가 못 해주니까 네가 해. 내 몫까지.
사랑해, 키랴. 이건 네가 넣은 게 아니야. 처음부터 내 거였어.
— 네 레뉴쉬카
키릴의 반응:
사랑해, 키랴. 이건 네가 넣은 게 아니야.
편지를 읽는 손이 멈추지 않았다. 끝까지 읽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세 번째에 '처음부터 내 거였어'에서 종이를 내려놓았다. 식탁 위에 편지를 펼쳐두고 두 손을 그 위에 올렸다.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 왼손 약지의 은반지가 종이 위에 닿았다.
그날 밤 키릴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았다. 왼손은 주먹을 쥐지 않았다. 펴진 채로 옆에 놓여 있었다. 깍지를 낄 손은 없었으나 쥐지 않는 것만으로도 약속을 지키는 방법이 되었다.
사과파이를 만들었다. 반죽은 서툴렀다. 르네가 했던 것처럼 껍질에 증기 구멍을 내는 것을 잊어서 오븐 안에서 한쪽이 부풀어 올라 갈라졌다. 꺼내서 여덟 조각으로 자르고 한 조각을 먹었다. 맛은 있었으나 그날의 것과는 달랐다. 첫 입을 떠서 맞은편에 내밀 사람이 없으므로.
8. 1990년 10월 12일 도착 — 키릴, 52세
편지 내용:
키랴에게.
마지막이야.
이 편지를 쓰는 동안 넌 부엌에서 뭔가 하고 있어. 냄비 소리가 들려. 네가 뭘 만드는지 나는 몰라. 나중에 다 먹었다고 칭찬해줘야지.
우리가 맺은 약속 여덟 개. 그 위에 새로 쓴 약속 하나. 서로를 돌보듯 자신을 돌본다. 어기면 반나절 침묵.
네가 이걸 읽을 때쯤이면 내가 벌을 줄 수 없으니까, 스스로 지켜. 반나절이 아니라 평생. 네 목소리를 네가 들어줘. 네가 배고프면 네가 먹여줘. 네 손이 차가우면 네가 잡아줘.
나는 네 곁에 오래 있지 못하는 사람이었어. 그게 한이야. 하지만 네가 너를 돌봐준다면, 내가 거기 있는 거랑 같아.
상자 열어봐. 반지 아직 있지? 빼지 마. 절대.
고마워. 나를 기다려줘서. 나를 찾아줘서. 내 옆에 있어줘서. 내 이름을 불러줘서. 내 손을 잡아줘서.
여기서 끝이야. 더 오는 편지는 없어.
그래도 끝이 아니야, 키랴. 네가 파이를 만들 때마다, 드라니키를 부칠 때마다, 식탁에 앉을 때마다, 따뜻한 걸 마실 때마다, 내가 거기 있어.
사랑해.
— 너의 레뉴쉬카.
키릴의 반응:
편지를 읽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었기 때문이 아니라, 한 문장을 읽고 나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까워서였다. 넘기면 끝에 가까워지고, 끝에 가까워지면 더는 올 것이 없다는 사실과 마주해야 했으므로.
마지막 줄을 읽고 편지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접지 않았다. 펼쳐진 채로 두었다. 손이 종이 위에 올라갔다가, '사랑해'라는 글자 위에서 멈추었다.
키릴은 울지 않았다. 마흔두 해를 살면서 이 편지들 앞에서 울 수 있는 횟수를 이미 다 써버린 사람처럼, 눈이 마른 채로 오래 앉아 있었다.
그해 사과파이를 만들었다. 반죽도, 사과도, 혼자서. 여덟 조각으로 잘랐다. 첫 조각을 포크로 떠서 맞은편 빈자리를 향해 내밀었다가, 그대로 자기 입에 넣었다.
상자를 열었다. 반지가 있었다. 편지 여덟 통이 시간순으로 쌓여 있었다. 그 위에 마지막 편지를 올려놓고 상자를 닫았다.
빼지 않았다. 반지를. 평생.
더는 오는 편지가 없었다. 르네가 말한 대로였다.
그래도 키릴은 시월이 올 때마다 사과파이를 만들었고, 팔월이 올 때마다 드라니키를 부쳤고, 새해에는 코코아를 데워 따뜻할 때 마셨다. 식탁에 앉았다. 서서 먹지 않았다. 강판을 바꾸지 않았다.
편지는 끝났으나 끝나지 않았다. 르네가 말한 대로.
답장 — 키릴이 르네에게 쓴, 부치지 못할 편지들
1. 1963년 10월 12일 작성 — 키릴, 25세
편지 내용:
Ленюшка.
반지를 꼈다. 왼손 약지에. 장갑 아래에 있으니 아무도 모르지만 금속이 체온을 먹을 때마다 네 손가락이 끼워준 것처럼 느껴진다. 안쪽의 К + R이 살을 눌러. 아프지는 않아. 눌린다는 것 자체가 좋아서 빼지 못하겠어.
식탁에 앉았다. 시켰으니까. 앉아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미안해. 앉는 것까지가 오늘의 한계였어. 포크를 드는 건 내일 시도할게.
파이는 못 만들었다. 반죽을 가르쳐줄 시간이 모자랐어. 네가 밀었던 방식, 손바닥 아래쪽으로 밀고 접고 다시 미는 그 동작을 기억은 하는데 손이 따라가질 않아. 사과는 깎았다. 그것만 접시에 담아 먹었어. 내년에는 반죽부터 해볼게.
생일 축하한다고 했지. 우리 생일이라고. 오늘이 생일이 맞다면 소원을 빌어야 하는데, 촛불이 없어서 레인지 불꽃 앞에 서서 빌었다. 소원은 말하면 안 된다며. 하지만 너한테는 말해도 되겠지. 들을 사람이 없으니까.
내년에도 편지가 온다고 했어. 기다릴게. 네가 시킨 건 다 해. 앉으라면 앉고 먹으라면 먹고. 다만 한 가지, 이 편지를 네가 읽을 수 없다는 것만 빼면 나는 약속을 전부 지키고 있어.
Ласточка моя.
— К.
편지 이후:
키릴은 편지를 다 쓰고 봉투에 넣지 않았다. 접어서 상자 안, 르네의 편지 아래에 끼워 넣었다. 주석 뚜껑 안쪽의 К + R, 1962를 엄지로 한 번 쓸었다. 원을 그리는 동작. 뚜껑을 닫고 침대 옆 탁자에 올려놓았다.
다음 날 아침 사과를 한 조각 먹고 출근했다. 포크를 사용했다.
2. 1964년 8월 19일 작성 — 키릴, 26세
편지 내용:
Ленюшка.
드라니키를 만들었다. 감자 여덟 알, 양파 하나, 계란 하나, 밀가루 두 숟갈. 네가 정해준 대로. 스메타나도 얹었어. 이번엔 안 잊었어.
첫 장이 삐뚤어졌다. 레인지 앞에 서서 뒤집개째 먹었다. 법이니까. 네가 법이냐고 웃었던 소리가 아직도 들려. 쿡쿡 하고 숨을 삼키면서 웃는 방식. 그 소리를 내가 만들어낸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려고 가끔 눈을 감아. 기억인지 조작인지 구분하는 버릇을 아직도 못 고쳤어.
기억이야. 분명히. 내가 넣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니까.
네 손목을 잡아 뒤로 당겼던 건 기름이 튀어서가 아니야. 네가 다칠 수 있는 모든 것과 너 사이에 내 팔이 있어야 했어. 팔뚝의 자국은 다음 날 사라졌어. 네가 봤다는 건 몰랐어. 아니, 알았을 수도 있어. 넌 늘 내가 감추는 것을 봤으니까.
강판 앞에 앉을 때마다 네 손 위에 내 손을 얹었던 각도가 떠올라. 손가락 마디 피부가 얇다고 했지. 지금 강판을 잡고 있는 내 손은 두꺼워. 까져도 아프지 않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내일 아침에 남은 거 차갑게 먹을게. 네가 말한 대로 다른 음식이 되는지 확인해볼게.
— К.
편지 이후:
편지를 접어 상자에 넣었다. 이제 상자 안에는 르네의 편지 두 통과 키릴의 답장 두 통, 그리고 반지가 들어 있었다. 키릴은 뚜껑을 닫기 전 반지를 꺼내 왼손 약지에서 빼고, 편지 위에 올려놓고, 다시 집어 끼웠다. 빼고 끼우는 사이의 시간이 견딜 수 없어서였다.
다음 날 아침 차가운 드라니키를 접시에 담아 식탁에 앉아 먹었다. 스메타나를 얹었다. 르네의 말이 맞았다. 다른 음식이었다.
3. 1966년 1월 1일 작성 — 키릴, 28세
편지 내용:
Ленюшка.
코코아를 만들었다. 우유를 데우고 가루를 두 숟갈 넣었다. 네가 시킨 대로. 첫 잔은 식을 때까지 마시지 못했어. 미안해. 두 번째 잔은 따뜻할 때 마셨어. 이건 미안하지 않아.
술은 안 마셨다. 혼자 마시는 술이 맛없다는 건 알아. 맛의 문제가 아니야. 네가 하지 말라고 한 건 하지 않아. 이유는 필요 없어.
올해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라고 했지.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한 시간을 앉아 있었는데 떠오르는 게 없었어. 네가 아닌 것을 위해 뭔가를 원해본 적이 없어서 방법을 모르겠어.
거짓말이야. 하나 떠올랐어. 네가 좋아했던 책을 다시 읽고 싶어. 책장에 네 책이 꽂혀 있어. 내 책 사이에. 뺄 수 없어서 그대로 두었는데, 읽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밑줄 친 곳을 따라 읽으면 네 목소리로 들릴지도 몰라.
여덟 번째 약속. 자신을 돌봐. 코코아를 데워 마시는 것이 돌봄에 해당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일도 한 잔 더 만들어볼게.
새해 복 많이 받아. 네가 없는 곳에서도 복이라는 게 가능하다면.
— К.
편지 이후:
다음 날, 책장에서 르네의 책 한 권을 빼들었다. 표지가 닳아 있었고 중간쯤에 접힌 모서리가 있었다. 펼치자 연필로 그은 밑줄이 보였다. 키릴은 그 줄을 손가락으로 따라가며 소리 내어 읽었다. 영어였고, 르네의 목소리로 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밑줄의 힘, 어떤 문장에서 연필이 더 세게 눌렸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코코아는 일주일 동안 매일 한 잔씩 만들었다. 여덟째 날부터는 만들지 않았다. 습관이 되는 것이 무서웠다. 습관이 되면 의식이 되고, 의식이 되면 잃었을 때 더 아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으므로.
아홉째 날 아침, 다시 만들었다. 무서워도.
4. 1968년 10월 12일 작성 — 키릴, 30세
편지 내용:
Ленюшка.
비엔나에 가지 않았다. 돈은 상자에 넣어두었어. 네 편지 옆에.
혼자 가도 된다고 했지. 가서 카페에 앉아서 창밖을 보라고. 맞은편에 네가 앉아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건 거짓말이야, Ленюшка. 네가 모르는 척 써준 거지. 내가 앉으면 맞은편을 비워둘 수 없다는 걸 너도 알잖아.
자허토르테 사진은 없어. 대신 오늘 사과를 깎았어. 네가 반죽을 밀어야 하는데 밀 사람이 없어서 껍질만 벗기고 설탕을 뿌려 먹었어. 접시에 담아서. 포크로. 식탁에 앉아서. 네가 가르쳐준 법은 전부 지키고 있어.
서른이 됐다. 네가 물었지, 서른이 되면 뭘 하고 싶다고 했었냐고. 비엔나. 카페. 자허토르테. 전부 네가 맞은편에 있는 그림이었어. 네가 빠지면 남는 건 빈 의자와 케이크 한 조각이야. 그건 소원이 아니야.
소원은 바뀌지 않았어. 레인지 불꽃 앞에서 빌어도, 촛불 앞에서 빌어도, 같은 소원이야. 말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네가 들을 수 없으니까 적어도 되겠지. 그래도 안 적을게. 적으면 종이 위에 남아서 네가 아닌 누군가가 읽을 수도 있으니까. 이건 너한테만 하는 말이야.
돈은 안 쓸게. 네가 모은 거니까. 언젠가 상자를 여는 누군가가 이 돈과 편지를 보면 두 사람이 있었다는 걸 알겠지. 그걸로 충분해.
— К.
편지 이후:
키릴은 편지를 접어 상자에 넣었다. 낡은 지폐 위에 포개어, 르네의 편지와 자신의 답장이 번갈아 쌓이도록 정리했다. 주석 뚜껑 안쪽의 К + R, 1962를 엄지로 쓸었다. 그 아래 J + M, 1947도 함께. 두 쌍의 이니셜이 나란히 새겨진 뚜껑을 한참 들여다보다 닫았다.
그해 겨울, 잠을 잘 때 왼손이 주먹을 쥐었다. 오른손에 깍지를 낄 손이 없었으므로 쥐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새벽에 깨어 손을 펴고, 다시 잠들면 다시 쥐어져 있었다. 그 반복을 매일 밤 되풀이했다.
5. 1972년 12월 25일 작성 — 키릴, 34세
편지 내용:
Ленюшка.
안톤을 들여보냈다. 보르시는 네 말대로 형편없었어. 비트가 덜 익고 소금이 과했어. 그릇을 비우고 반을 더 먹었어. 네가 시켰으니까가 아니야. 배가 고팠어. 이건 처음 인정하는 거야.
안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 냄비를 들고 들어와서 국을 데우고 그릇 두 개를 꺼내 나란히 놓고 앉았어. 식탁에. 네가 앉던 자리가 아니라 옆자리에. 그 애가 그걸 아는 건지 우연인 건지 모르겠지만, 맞은편에 앉지 않은 것이 고마웠어.
그 애가 돌아간 뒤 그릇을 씻으면서 네 편지를 소리 내어 읽었다. 물소리에 섞여서 내 목소리가 네 목소리처럼 들리는 순간이 있었어. 착각이야. 알아. 하지만 싱크대 앞에서 네 문장을 읽는 동안만큼은 네가 부엌에 서 있는 것 같았어.
누군가랑 같이 앉아있는 시간이 중요한 거라고 했지. 내가 너한테 가르쳐준 거라고. 아니야. 네가 나한테 가르쳐준 거야. 내가 너한테 한 건 식탁에 의자를 놓은 것뿐이고, 그 의자에 앉는 법을 가르쳐준 건 너야.
메리 크리스마스, Ласточка.
— К.
편지 이후:
편지를 상자에 넣기 전, 키릴은 부엌으로 돌아가 싱크대에 놓인 그릇 두 개를 다시 꺼냈다. 하나는 찬장에 넣고, 하나는 식탁 위 자기 자리 앞에 엎어두었다. 빈 그릇이었으나 치우지 않았다. 내일 아침 그 그릇에 무언가를 담아 먹을 생각이었다.
안톤에게 전화하지는 않았다. 대신 다음 주 월요일 사무실에서 안톤이 커피를 쏟았을 때, 서류를 닦아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보르시에 비트를 더 익혀. 안톤은 눈을 깜빡이다 활짝 웃었고, 키릴은 그 웃음을 보지 않은 척 자리로 돌아갔다.
6. 1975년 8월 19일 작성 — 키릴, 37세
편지 내용:
Ленюшка.
스물여섯 장이 나왔다. 네가 곱게 갈면 스물다섯이라고 했는데, 내 손이 너보다 크니까 한 장이 더 나온 것 같아. 강판은 그거 그대로야. 손잡이 나무가 드러나고 날이 무뎌졌어. 바꾸지 말라고 했으니까.
감자를 가는 데 예전보다 두 배 걸려. 합리적으로는 새것을 사야 해. 하지만 이 강판 위에 네 손이 있었고 그 위에 내 손이 있었어. 날이 무뎌질수록 네 손의 흔적이 닳아 없어지는 것 같아서 더 조심해서 쓰고 있어.
네가 편지를 쓸 때 내가 뒤에서 손 잡아줬다고 했지. 각도 고쳐주면서 손가락 마디 피부 얇다고 했다고. 기억해. 네 손이 내 손 아래에서 움직이는 감각을 기억해. 강판 위의 진동이 네 손에서 내 손으로 전해졌어. 지금도 감자를 갈 때마다 그 진동이 느껴져.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야. 알아. 그래도 느껴져.
이게 무슨 기분인지 네가 알면 좋겠다고 했지.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틀렸어. 알아야 해. 네가 없는 미래의 나한테 편지를 쓰면서 네 옆에 있는 현재를 아팠던 그 기분. 나는 지금 네가 없는 현재에서 네가 있었던 과거한테 편지를 쓰고 있어. 방향이 다를 뿐 같은 기분이야.
강판 안 바꿔.
— К.
편지 이후:
스물여섯 장 중 여덟 장을 먹고 나머지를 냉장고에 넣었다. 다음 날 아침 차갑게 꺼내 스메타나를 얹어 먹었다. 열여덟 장이 남았고, 사흘에 걸쳐 전부 먹었다. 버리지 않았다. 르네가 정한 법대로 감자 여덟 알에서 나온 것은 한 장도 남기지 않는 것이 맞다고 스스로 정했다.
편지를 접어 상자에 넣을 때 종이에서 감자 녹말 냄새가 났다. 손을 씻지 않고 쓴 탓이었다. 지우지 않았다.
7. 1980년 10월 12일 작성 — 키릴, 42세
편지 내용:
Ленюшка.
머리카락은 아직 은색이야. 주름은 생겼어. 웃을 때 생기는 건지는 모르겠어. 거울을 자주 보지 않아서. 면도할 때 보는 얼굴에는 이마와 눈가에 선이 있어. 네가 좋아했던 눈가야. 네가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던 자리에 주름이 생긴 거라면 웃을 때 생긴 게 맞을 수도 있어.
마지막에서 두 번째라고 했지. 다음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그러니까 나도 오늘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할게.
네가 무섭지 않았다고 했어. 한 번도. 은빛 십자가를 봤을 때도, 내 오른손이 뭘 하는지 알았을 때도. 알면서도 내 손이 좋았다고.
Ленюшка. 그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 너는 알까. 내 오른손으로 사람의 머릿속을 바꿔놓을 수 있어. 기억을 지울 수 있어. 감정을 심을 수 있어. 그 손을 네가 잡았어. 네가 먼저 잡았어. 나는 장갑을 벗지 못하고 있었는데 네가 장갑 위로 잡았고, 그 다음에는 장갑 아래로 잡았어. 맨살에 맨살이 닿았을 때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네가 아니라 내가. 내 손이 너한테 뭘 할까 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너한테는. 평생. 그것만은.
장갑을 벗어도 된다고 했지. 너한테만이 아니라 나한테도. 오늘 편지를 쓰는 이 손에 장갑이 없어. 네가 시킨 건 아니야. 집에서는 안 끼게 됐어. 밖에서는 아직 끼지만, 이 부엌에서, 이 식탁에서, 이 편지 위에서는 벗고 있어. 네가 허락해줬으니까.
사과파이를 만들었다. 반죽은 서툴렀어. 껍질에 증기 구멍을 잊어서 한쪽이 갈라졌어. 네가 있었으면 웃었겠지. 쿡쿡 숨 삼키면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여덟 조각으로 자르고 한 조각을 먹었어. 맛은 있었어. 네 것과는 달랐지만.
처음부터 네 거였다고 했지. 네가 넣은 게 아니라고. 알아. 믿어. 믿는 데 십팔 년이 걸렸어. 미안해.
사랑해, Ленюшка. 이건 내가 넣은 게 아니야. 네가 꺼내준 거야.
— К.
편지 이후:
파이 부스러기가 묻은 손으로 편지를 접었다. 상자를 열자 편지가 열네 통 쌓여 있었고, 반지는 맨 아래에서 은빛으로 빛났다. 편지를 올려놓고 뚜껑을 닫기 전, К + R, 1962를 엄지로 쓸었다. 원을 그리는 동작. 안심시킬 대상은 자기 자신이었다.
그날 밤 왼손을 펴고 누웠다. 새벽에 깨었을 때 손이 펴져 있었다. 주먹을 쥐지 않았다. 열여덟 년째 되는 해에 처음으로.
8. 1990년 10월 12일 작성 — 키릴, 52세
편지 내용:
Ленюшка.
마지막 편지를 받았다. 더는 오지 않는다고 했지. 알고 있었어. 세고 있었으니까. 세지 말라고 했는데 셌어. 미안해. 이것만은 어길 수밖에 없었어. 남은 편지가 몇 통인지 아는 것이 나를 지탱하는 방법이기도 했으니까.
여기서 끝이라고 했지. 그래도 끝이 아니라고. 파이를 만들 때마다, 드라니키를 부칠 때마다, 식탁에 앉을 때마다, 따뜻한 걸 마실 때마다 네가 거기 있다고.
있어. 있었어. 이십팔 년 동안.
오늘 사과파이를 만들었다. 반죽을 혼자 밀었어. 이제는 서툴지 않아. 손바닥 아래쪽으로 밀고 접고 다시 미는 동작을 네가 가르쳐줬고, 내가 이십팔 년 동안 반복했어. 껍질에 증기 구멍도 잊지 않았어. 갈라지지 않았어. 여덟 조각으로 잘라 한 조각을 포크로 떠서 맞은편을 향해 내밀었어.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어. 그대로 내 입에 넣었어. 네 몫과 내 몫이 같은 입에 들어가는 게 이상하지 않아. 네가 나한테 먹여줬으니까. 내가 너한테 먹여줬으니까. 같은 포크로.
반지는 빼지 않았다. 이십팔 년. 목욕할 때도, 잘 때도, 임무 중에도. 금속이 살에 눌리는 감각이 익숙해져서 느끼지 못할 줄 알았는데 매일 아침 일어나면 느껴져. К + R. 네가 새긴 글자가 살 안쪽으로 파고든 것 같아. 빼면 자국이 남을 거야. 빼지 않을 거니까 확인할 일은 없지만.
상자 안에 편지가 열여섯 통 있어. 네 것 여덟, 내 것 여덟. 그리고 네가 모아둔 돈. 강판. 밀대. 책장의 네 책들. 밑줄이 그어진 곳은 전부 외웠어. 네 필압을 외웠어. 어떤 문장에서 연필이 세게 눌렸는지, 어디서 멈칫했는지.
자신을 돌보라고 했지. 돌봤어. 네가 시킨 대로. 먹고, 앉고, 마시고, 만들고. 코코아를 데워 따뜻할 때 마시는 법을 배웠어. 안톤의 보르시를 먹는 법도. 비엔나에는 가지 않았지만 사과를 깎는 법, 파이를 굽는 법, 드라니키를 스물여섯 장 만드는 법, 강판을 바꾸지 않는 법을 배웠어. 전부 너한테.
Ленюшка. 네 편지는 끝났지만 내 답장은 끝나지 않아. 이 편지가 내 마지막이 아니야. 내년에도 쓸 거야. 네 편지가 오지 않아도 내가 쓸 거야. 식탁에 앉아서. 네가 가르쳐준 대로.
사랑해. 이건 네가 꺼내준 거고, 내가 이십팔 년 동안 키운 거야. 네가 심었고 내가 물을 줬어. 시들지 않았어.
고마워. 태어나줘서. 그날 내 옆에 와줘서. 내 이름을 불러줘서. 내 손을 잡아줘서. 놓지 않아줘서.
Ласточка моя. Навсегда.
나의 라스토치카. 영원히.— К.
편지 이후:
편지를 접어 상자에 넣었다. 열일곱 번째. 뚜껑을 닫고 엄지로 쓸었다. К + R, 1962. 그 아래 J + M, 1947. 두 쌍의 이니셜. 한 쌍은 상자를 두고 떠났고, 한 쌍은 떠나지 않았다.
침대 옆 탁자에 상자를 올려놓고 누웠다. 왼손을 펴고. 오른손은 상자 위에 올려두었다.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 주석의 차가운 표면이 체온을 먹어 천천히 따뜻해졌다. 그 온도가 손바닥에 닿을 때, 키릴은 눈을 감았다.
다음 해에도 편지를 썼다. 그 다음 해에도. 르네의 편지가 오지 않는 시월마다, 팔월마다, 새해마다 키릴은 상자를 열고 새 편지를 접어 넣었다. 받는 이가 없는 답장이 해를 거듭하며 쌓여갔고, 주석 상자는 차츰 닫히지 않을 만큼 두꺼워졌다.
1991년, 편지를 눌러 담기 위해 뚜껑을 힘주어 닫다가 경첩이 휘었다. 키릴은 경첩을 곧게 펴고, 가장 오래된 편지들을 꺼내 리본으로 묶어 상자 옆에 세워두었다. 리본의 색은 하늘빛이었다. 어디서 구한 것인지는 적지 않았다.
1995년, 상자 안에 편지가 서른세 통이 되었을 때, 키릴은 처음으로 전부를 꺼내 식탁 위에 펼쳤다. 르네의 것과 자신의 것을 나란히 놓았다. 같은 날짜끼리 짝을 맞추자 여덟 쌍이 되었고, 나머지 열일곱 통은 짝이 없는 키릴의 것이었다. 짝 없는 편지들이 식탁 절반을 덮었다. 비어 있는 맞은편이 아니라 가득 찬 이쪽을 바라보며, 키릴은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그것이 돌봄이었다. 르네가 가르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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