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C 전문
NPC와 PC는 어떤 문제로 인해 크게 다툰다. 그렇게 언쟁이 격해지거나 분위기가 냉랭해지며, 결국 PC는 머리를 식히고 오겠다고, 또는 머리 좀 식히고 있으라고 나간다.그러나 곧 돌아올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달리, PC는 자정이 가깝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이때 PC의 행방과 밖에 머물고 있던 이유, 시간 경과에 따라 변하는 NPC의 사고의 흐름, 이 상황에 대해 취하는 반응 또는 행동,연락을 취한다면 연락의 내용과 PC의 확인 여부, 감상, 답장 등을 5천자 이상의 에피소드로 출력.]
시작은 사소했다. 어제 임무 브리핑에서 르네가 능력을 쓰겠다고 자원한 것. 키릴이 실장 앞에서 그 제안을 잘라버린 것. 저녁 식탁에서 그 얘기가 다시 나왔고, 접시가 비기 전에 목소리가 높아졌다.
키릴|「Ты не понимаешь, чем платишь. Я видел, что с тобой было после. Я не позволю.」
"네가 뭘 대가로 치르는지 몰라. 그 후에 네가 어땠는지 봤어. 허락 안 해."
허락. 그 단어가 부엌 공기를 얼렸다. 르네가 의자를 밀고 일어섰고, 현관에서 외투를 집으며 머리 좀 식히고 오겠다고 했다. 문이 닫혔을 때 시계는 여덟 시 십이 분이었다.
아홉 시. 키릴은 설거지를 마쳤다. 접시 두 장, 포크 두 개. 물기를 닦아 찬장에 넣고 행주를 널었다. 산책이라면 삼십 분. 담배 한 갑 사러 갔다면 사십 분. 계산이 이미 초과했으나 팔월 밤은 걷기 좋았다.
열 시. 창가에 섰다. 아래층 현관등 불빛에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두 블록 떨어진 술집까지 걸어갔다 오는 시간, 거기서 한 잔 마시는 시간, 돌아오는 시간을 더했다. 아직 범위 안이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했다.
열한 시. 코트를 걸치고 나갔다. 블록을 세 바퀴 돌았다. 가로등 아래, 벤치, 골목 입구, 문 닫힌 식료품점 차양 밑. 은발은 어두운 거리에서 눈에 띄는 색이었고, 그래서 없다는 것도 빨리 확인됐다.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동전을 넣었다. 랭글리 야간 당직 데스크. 오늘 밤 7분과 인원 출입 기록. 없음. 다음은 올레그의 하숙집. 세 번 울린 뒤 잠에 취한 목소리가 받았다.
키릴|「Он у тебя?」
"거기 있나."
아니라는 답을 듣고 끊었다. 안톤에게도 걸었다. 같은 답. 수화기를 걸어두는 손이 평소보다 오래 금속에 머물렀다.
열한 시 사십칠 분. 아파트로 돌아와 불을 켜지 않은 채 소파에 앉았다. 어둠 속에서 침실 탁자 위 주석 상자의 윤곽만 희미했다. 머릿속이 조용하지 않았다. 벽 너머 사람들의 기억 조각이 평소보다 크게 밀려들었다. 르네가 옆에 있을 때만 잦아드는 소음이었다.
최악의 목록이 순서대로 펼쳐졌다. 소련 쪽이 움직였을 가능성. 랭글리 내부에서 르네를 따로 불러냈을 가능성. 골목에서 강도를 만났을 가능성. 그리고 마지막, 가장 견디기 힘든 것. 돌아오지 않기로 했을 가능성.
키릴은 오른손 장갑을 벗어 탁자에 올려놓았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열두 살 이후 처음이었다.
키릴|「Я сказал "не позволю". Кому. Ему. Дураку, который восемь лет держался один, чтобы дойти до меня.」
"허락 안 해, 라고 했지. 누구한테. 저 사람한테. 나한테 오려고 팔 년을 혼자 버틴 사람한테."
자조가 러시아어로 낮게 흘러나왔다가 끊겼다. 시계가 열한 시 오십 분을 지났다. 자정이 되면 나가서 병원부터 돌 것이다. 그다음 경찰서. 그다음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 계단에서 발소리가 났다. 키릴은 일어서지 않았다. 일어서면 문 앞에서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상태였으므로,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를 어둠 속에서 그대로 들었다.
문이 열렸다. 복도 등불이 마룻바닥 위로 길게 밀려들어왔다가, 문이 닫히면서 잘려나갔다. 다시 어둠. 그 어둠 안에 사람 하나가 서 있는 기척이 있었고, 팔월 밤의 습기와 바깥 냄새가 함께 들어왔다.
키릴은 소파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세 시간 사십일 분. 그 숫자가 머릿속에서 계속 굴러다녔다. 일어서면 어떤 말이 먼저 나올지 스스로 예측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앉은 채로 목소리부터 냈다.
키릴|「Свет не включай. Пока не включай.」
"불 켜지 마. 아직."
자기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눈가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었다. 손이 어떤지도. 오른손 장갑은 아직 탁자 위에 놓여 있었고, 맨손은 무릎 위에서 주먹으로 쥐어졌다가 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발소리가 몇 걸음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 은발이 창밖 가로등 빛을 받아 흐릿하게 떠올랐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 명치 아래에서 뭉쳐 있던 것이 풀렸고, 동시에 다른 것이 치밀어 올랐다.
키릴|「Три часа сорок минут. Я обошёл квартал трижды. Звонил на ночной пост в Лэнгли. Звонил Олегу. Звонил Антону — он не понял ни слова, я говорил слишком быстро.」
"세 시간 사십 분. 블록을 세 바퀴 돌았어. 랭글리 야간 데스크에 전화했어. 올레그한테도. 안톤한테도. 그 녀석은 한 마디도 못 알아들었지, 내가 너무 빨리 말해서."
목소리가 담담하게 시작했다가 중간에서 무너졌다. 보고서를 읽듯이 나열하던 문장의 끝이 갈라졌고, 키릴은 거기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벽 너머에서 밀려들던 낯선 기억들의 소음이, 르네가 이 방에 들어선 순간부터 급격히 잦아들고 있었다.
키릴|「В полночь я собирался обходить больницы. Потом полицейские участки. Список был готов. Я его составлял, сидя вот тут, в темноте, как... 」
"자정이 되면 병원을 돌 생각이었어. 그다음은 경찰서. 목록도 다 짜뒀어. 여기 앉아서, 어둠 속에서, 그걸 짜고 있었어, 마치..."
문장이 끝나지 않았다. 키릴은 마침내 일어섰다. 두 걸음. 손을 뻗었으나 르네의 팔에 닿기 직전에 멈추고, 대신 자기 손을 도로 내렸다. 오늘 저녁 자기가 쓴 단어가 아직 이 방 안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락. 그것을 쓴 입으로 지금 무엇을 만질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의심하는 자세였다.
키릴|「Я сказал сегодня "не позволю". Тебе. Человеку, который восемь лет держался один, чтобы дойти сюда. Ты имел полное право уйти и не вернуться. Я это понял где-то к одиннадцати.」
"오늘 내가 '허락 안 해'라고 했지. 너한테. 여기까지 오려고 팔 년을 혼자 버틴 사람한테. 넌 나가서 안 돌아올 완전한 권리가 있었어. 열한 시쯤 그걸 깨달았어."
가로등 빛 속에서 벽안이 젖은 채로 흔들렸다. 키릴은 한 발 더 다가서서, 이번에는 손이 아니라 이마를 르네의 어깨 쪽으로 기울였다. 닿을지 말지를 상대에게 맡기는 각도로.
키릴|「Скажи, где ты был. Не для допроса. Просто чтобы я мог перестать выдумывать. Всё, что я выдумал за эти часы, было хуже правды. Обязательно хуже.」
"어디 있었는지 말해줘. 심문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내가 상상하는 걸 멈출 수 있게. 이 몇 시간 동안 지어낸 건 전부 진실보다 나빴어. 틀림없이 더 나빴어."
르네가 먼저 팔을 뻗어 그를 껴안았다. 품에 고개를 묻고 들지 않았다.
르네|"... ... 미안해..."
팔이 허리를 감아왔을 때 키릴의 상체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세 시간 사십 분 동안 등뼈를 세워 붙들고 있던 것이 그 한 번의 접촉으로 전부 무너졌다. 어깨 앞쪽에 얼굴이 파묻히고, 은발이 셔츠 깃 안쪽으로 흘러 들어왔다. 바깥 공기가 배어 있었다. 습기와 매연과 어딘가의 젖은 아스팔트 냄새. 이 남자가 정말로 세 시간 사십 분 동안 바깥에 있었다는 증거였고, 그래서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두 팔이 등을 감았다. 벗어둔 오른손이 뒤통수를 감싸 자기 어깨 쪽으로 더 눌렀다. 맨손이었다. 다른 누구에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접촉. 손가락이 리본 매듭 아래 목덜미를 짚었을 때 그 아래에서 맥이 뛰고 있는 것이 느껴졌고, 키릴은 그 박동을 손끝으로 몇 번 세었다.
키릴|「Не извиняйся первым. Не смей.」
"먼저 사과하지 마. 그러지 마."
목소리가 목구멍 안쪽에서 눌려 나왔다. 턱을 은발 위에 얹고 눈을 감았다. 뜨거운 것이 속눈썹을 넘어 흘러 정수리 근처 머리카락에 스며들었다.
키릴|「Это я сказал слово, которое не имел права говорить. "Не позволю". Как будто ты вещь в моём шкафу. Как будто восемь лет тебя держали взаперти мало, и теперь я решил продолжить.」
"할 자격도 없는 말을 한 건 나야. '허락 안 해'라니. 네가 내 옷장 속 물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팔 년 갇혀 있었던 걸로 모자라서 이제 내가 이어받기로 한 것처럼."
팔에 힘이 들어갔다. 갈비뼈가 눌릴 만큼. 그러다 스스로 놀라 힘을 풀고, 대신 손바닥으로 등을 위아래로 천천히 쓸었다. 달래는 손길이었으나 달래지는 쪽이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키릴|「Я боялся не за задание. Я видел, что ты становишься белым, как бумага, и падаешь, и никого рядом. И я не мог этого вынести — вот и всё. Но страх мой, а решение твоё. Я перепутал.」
"임무가 무서웠던 게 아니야. 네가 종이처럼 하얘져서 쓰러지는 걸 봤고, 그때 곁에 아무도 없었잖아. 그걸 견딜 수가 없었어. 그게 다야. 그런데 두려움은 내 것이고 결정은 네 것인데. 내가 그걸 헷갈렸어."
무릎을 살짝 굽혀 키를 낮췄다. 187의 몸이 상대의 높이에 맞춰 접히는 것은 이 방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마를 관자놀이 옆에 붙이고, 코끝으로 머리카락을 헤쳤다.
키릴|「Ты замёрз. Руки как лёд. Три часа сорок минут на улице в августе — где вообще можно так остыть.」
"차갑네. 손이 얼음 같아. 팔월에 세 시간 사십 분 밖에 있었다고 이렇게 식을 수가 있나."
문 앞에서 한 발짝도 옮기지 않은 채, 벗어둔 손으로 상대의 손등을 감싸 자기 목덜미에 가져다 댔다. 거기가 가장 따뜻한 자리였다.
키릴|「Молоко подогрею. Из той же кастрюли. И не отпущу до утра — но это уже не "не позволю". Это просьба, Ленюшка. Первая за сегодня.」
"우유 데울게. 그 냄비로. 그리고 아침까지 안 놔줄 거야. 이번엔 '허락 안 해'가 아니야. 부탁이야, 레뉴쉬카. 오늘 처음 하는 부탁."
눈물이 한방울씩 떨어지더니, 주륵 흘렀다. 소리없이 눈물만.
르네|"... ...써도 돼... 네가 걱정해서 그런 거라는 거, 알고 있었는데..."
르네|"그렇게 나갈 일이 아니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르네|"미안해, 키랴.."
셔츠 어깨가 젖어들었다. 소리가 없어서 더 늦게 알아차렸다. 어린 시절 그 방에서 배운 우는 방식이었다. 소리를 내면 발소리가 다가왔으니까. 열여덟 해가 지나서도 몸이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키릴의 안쪽 어딘가를 짓눌렀다.
키랴. 그 이름이 젖은 목소리로 불렸을 때, 세 시간 사십 분 내내 붙들고 있던 것이 완전히 놓였다.
키릴|「Тише. Тише, я здесь.」
"괜찮아. 괜찮아, 여기 있어."
무릎을 굽혀 아예 눈높이를 맞췄다. 두 손으로 젖은 뺨을 감쌌다. 맨손 엄지가 눈 아래를 따라 움직였다. 닦아내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자리를 따라가는 손길이었다. 문지르면 아플 것을 알고 있었다.
키릴|「Ты не сделал ничего дурного. Ушёл проветриться — это нормально. Ненормально то, что я довёл до этого.」
"넌 잘못한 거 없어. 바람 쐬러 나간 건 당연한 거야. 이상한 건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쪽이지."
엄지가 손등이 아닌 뺨 위에서 작게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채. 그 습관을 상대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알아주기를 바라는 쪽에 가까웠다.
키릴|「И я тоже виноват. Не наполовину — целиком, за своё. Ты за своё, я за своё. Так честно.」
"나도 잘못했어. 절반이 아니라 내 몫은 전부. 넌 네 몫, 난 내 몫. 그게 공평하지."
이마를 맞댔다. 콧등이 스치고 눈물이 두 사람 사이에서 섞였다. 키릴 쪽에서도 이미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누구 것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키릴|「Восьмое обещание. Помнишь? Заботиться о себе так же, как о другом. Сегодня мы оба его нарушили. Оба. Значит, полдня молчания на двоих — а я не выдержу и минуты, ты знаешь.」
"여덟 번째 약속. 기억나? 서로를 돌보듯 자신도 돌보기. 오늘 우리 둘 다 어겼어. 둘 다. 그럼 반나절 침묵인데, 난 일 분도 못 버틸 거야. 알잖아."
팔을 등 뒤로 돌려 다시 끌어안았다. 이번에는 힘을 조절하지 않았다. 갈비뼈가 맞닿고, 심장 두 개가 서로 다른 박자로 뛰다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벽 너머의 소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 사람이 팔 안에 있을 때만 세상이 조용해졌다.
키릴|「Значит, наказание отменяем. Вместо него — ты сейчас снимешь ботинки, я согрею молоко, и мы досидим до утра на диване. Никаких извинений больше. Ни от тебя, ни от меня.」
"그러니까 벌은 취소야. 대신 지금 신발을 벗고, 내가 우유를 데우고, 소파에서 아침까지 앉아 있는 거야. 사과는 더 안 해. 너도, 나도."
몸을 일으키며 젖은 눈가에 입술을 눌렀다. 오른쪽, 그다음 왼쪽. 짠맛이 났다.
키릴|「А завтра пойдём к Провосту вдвоём и обсудим задание заново. Вдвоём, Ленюшка. Не я за тебя.」
"내일은 둘이 프로보스트한테 가서 임무를 다시 논의하자. 둘이서, 레뉴쉬카. 내가 네 대신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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