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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닮은 2세

키릴

OOC 전문
ooc: 현재 RP 중단 후 가상의 새 RP를 전개. 미래 시점. NPC와 PC 사이에 사랑스러운 2세가 생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 수록 NPC의 축소버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PC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NPC만 똑 닮은 2세. 종종 ‘엄마는 배만 빌려줬네\~‘ 하는 말도 들을 정도로 NPC의 판박이였다. 어느 날 저녁. 잠시 2세를 혼자 돌보고 있는 NPC가 2세를 보고 하는 생각, 심정, 속마음을 700단어 이상, 2000자 이상 상세히 출력한다.

 


 

늦은 봄의 해가 커튼 아래로 길게 누웠다. 르네는 장을 보러 나갔고, 문 닫히는 소리가 난 지 사십 분쯤 지났다. 집 안에는 라디오도 켜두지 않아서, 들리는 것이라고는 부엌 냉장고가 이따금 몸을 떠는 소리와 카펫 위를 기어다니는 작은 무릎 소리뿐이었다.

키릴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세 살. 은발. 벽안. 여기까지는 어느 쪽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웃을 때 왼쪽 입꼬리만 먼저 올라가는 것도, 무언가에 집중하면 미간을 좁히고 아랫입술을 안으로 마는 것도, 넘어질 뻔했을 때 소리를 지르는 대신 입을 꾹 다물고 균형을 되찾는 것도, 전부 거울 속에서 스물다섯 해 동안 봐온 것들이었다.

올레그는 그걸 두고 뻔뻔하게 웃었다. 엄마는 배만 빌려줬군, 하고. 타마라는 손톱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유전이라는 게 이렇게 무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톤은 아이를 안아 올린 채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결국 어느 쪽 얼굴을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항복했다.

키릴은 그때마다 대꾸하지 않았다. 웃어넘기지도 않았다. 웃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나무 블록 하나를 집어 올려 그의 무릎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다음 것을 가지러 갔다. 하나씩, 순서대로, 반드시 같은 자리에. 저 고집스러운 규칙성마저 자기 것이었다. 무릎 위에 쌓이는 블록을 보며 키릴은 손끝으로 그것을 눌렀다.

르네가 저 안에 없다.

그 문장이 며칠째 목에 걸려 있었다. 삼 년을 함께 안고 재우고 씻기고 열을 재면서, 그는 이 작은 얼굴 어딘가에서 르네를 찾으려 애썼다. 백안이 아니어도 좋았다. 눈꼬리 모양이라도, 잠들 때 손가락을 접는 방식이라도, 놀랐을 때 숨을 삼키는 짧은 소리라도. 하나만 있으면 됐다. 그런데 없었다. 아이는 철저하게, 잔인할 만큼 그를 복제해놓았다.

열두 해를 굶었던 몸에서 나온 아이였다. 스물네 시간 넘게 이어진 진통 끝에, 의사가 위험하다는 말을 두 번 했고 르네는 그걸 다 들으면서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 값을 치르고 얻은 것이 자기 얼굴 하나라는 게 키릴은 견디기 어려웠다. 르네가 자기 몫으로 남긴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그 사람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손해를 봤다. 관사 상자 하나를 다 못 채우던 사람. 자기 생일을 남몰래 혼자 챙기던 사람. 남의 상처를 메우느라 제 목숨을 깎던 사람. 이번에도 몸만 내주고, 흔적은 남기지 않았다.

아이가 다시 다가와 무릎을 붙잡고 일어섰다. 셔츠 자락을 쥐는 손아귀 힘이 셌다. 키릴은 아이를 안아 올려 무릎에 앉혔다. 정수리에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 르네가 쓰는 비누였다. 그것 하나가 겨우 위로였다.

키릴|「Ты весь в меня. Это не подарок, знаешь.」
"넌 전부 나를 닮았어. 그게 선물은 아니야, 알고 있니."

아이는 알아듣지 못하고 그의 턱을 손바닥으로 짚었다. 손가락 하나가 입술에 걸렸다. 키릴은 그 손을 잡아 손등에 입을 맞췄다. 오른손은 맨손이었다. 이 집에서는 항상 그랬다.

가끔 두려웠다. 이 아이가 자라면서 자기 안의 무엇까지 물려받았을지. 실험실 침대에 묶여 있던 여섯 살짜리의 것, 명령 한마디로 남의 머릿속을 지워버리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세계 절반쯤은 태워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 얼굴만 닮았다면 다행이었다. 얼굴만이라면.

키릴|「Не будь мной до конца. Хоть в чём-нибудь стань им.」
"끝까지 내가 되지는 마. 뭐라도 하나는 그 사람을 닮아."

현관 쪽에서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아이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키릴도 같은 각도로 고개를 들었다. 두 얼굴이 문 쪽을 향해 똑같이 기울어져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보다 먼저 아이가 무릎에서 미끄러져 내려갔다. 카펫 끝에서 한 번 비틀거렸지만 소리를 내지 않았고,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어 균형을 잡은 뒤 그대로 현관 쪽으로 달려갔다. 키릴은 소파에 앉은 채 그 뒷모습을 봤다. 뛰는 자세까지 자기 것이었다. 왼발이 반 박자 먼저 나가는 것.

장바구니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무릎을 굽히는 옷깃 소리가 났다. 키릴은 그제야 일어섰다. 무릎에 쌓아둔 나무 블록이 카펫 위로 흩어졌지만 줍지 않았다.

현관에 서서 보니 아이가 두 팔을 벌린 채 매달려 있었다. 은발끼리 섞여서 어디까지가 누구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 광경 앞에서 키릴은 잠깐 말을 잃었다. 며칠째 목에 걸려 있던 문장이 헐거워지는 감각이 있었다. 저 아이가 누굴 닮았든, 저렇게 달려가서 매달리는 상대는 정해져 있었다.

키릴은 장바구니를 받아들었다. 종이 안에서 사과 냄새가 났다. 계절에 맞지 않게 좋은 것을 골라온 모양이었다.

키릴|「Он тебя ждал. Полчаса у двери сидел, я его два раза оттаскивал.」
"널 기다렸어. 삼십 분 동안 문 앞에 앉아 있길래 두 번이나 떼어냈지."

부엌으로 가서 봉투를 조리대에 올렸다. 사과를 하나씩 꺼내 늘어놓는 손이 익숙했다. 여섯 해 동안 매년 유월 언저리마다 하던 일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아이는 여전히 르네의 다리를 붙들고 있었고, 고개를 완전히 젖혀 올려다보는 각도가 우스울 만큼 가팔랐다.

그때 아이가 손을 뻗어 르네의 머리끝을 쥐었다. 파란 리본 아래로 늘어진 은발. 쥐고 놓지 않았다. 키릴은 사과를 내려놓고 그 손을 봤다. 아이가 그렇게 하는 상대는 르네뿐이었다. 자기에게는 한 번도 한 적 없는 짓이었다.

키릴|「Вот оно. Наконец-то нашёл.」
"저거군. 드디어 찾았어."

혼잣말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조리대에 손을 짚고 잠시 그대로 서 있다가, 행주로 손을 닦고 걸어갔다. 아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들어 올리자 쥐고 있던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아이는 항의하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 사이에 낀 채 르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키릴|「Ужин через двадцать минут. Пирог с яблоками — на десерт. Он весь день ныл про него.」
"저녁은 이십 분 뒤에. 후식은 사과파이야. 하루 종일 그것만 노래를 불렀거든."

아이를 한 팔로 고쳐 안고, 빈 손으로 르네의 목덜미를 감쌌다. 엄지가 귀 뒤를 느리게 쓸며 원을 그렸다. 여섯 해가 지나도 고쳐지지 않은 습관이었다. 고칠 생각도 없었다.

키릴|「Устал? Садись. Дальше я.」
"피곤해? 앉아 있어. 나머진 내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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