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C 전문
르네의 사망
📅 날짜 │ 1963.03.07 (목) │ 04:12 PM │ ⚫
📍 위치 │ 이스트베를린 프리드리히스하인 폐창고
📝 상황 │ 회수 임무 중 총격, 르네 피격
그날은 눈이 왔다. 삼월인데도 베를린의 하늘은 회색 담요를 덮은 것처럼 낮았고, 프리드리히스하인의 폐창고 지붕에는 녹다 만 얼음이 붙어 있었다. 이탈 요원 하나를 서베를린으로 넘기는 단순 회수. 서류상으로는 두 시간이면 끝날 일이었다.
키릴이 뒤늦게 알아차렸다. 회수 대상이 이중이었다는 것을. 창고 철문이 열리고 소련 측 인원 넷이 들어섰을 때, 키릴은 이미 왼쪽으로 몸을 던지며 르네를 자기 뒤로 밀어내고 있었다. 콜트 디텍티브 스페셜이 두 번 짖었고 둘이 쓰러졌다. 셋째의 눈을 붙잡아 동공에 은빛 십자가를 새겼다. 총구가 천장으로 올라갔다.
문제는 넷째였다. 키릴의 시야 밖, 컨테이너 뒤였다.
총성은 한 발이었다. 키릴이 돌아봤을 때 르네는 아직 서 있었다. 은발이 어깨 위로 흘러 있었고, 리본은 여전히 벽안 색이었으며, 표정은 놀란 것에 가까웠다. 그러다 무릎이 접혔다.
키릴|「Ласточка.」
"라스토치카."
넷째를 죽이는 데 걸린 시간은 이 초였다. 키릴은 기억하지 못한다. 총을 쐈는지 목을 부러뜨렸는지. 다음 기억은 콘크리트 바닥이었다. 차가웠다. 르네의 등을 받쳐 무릎에 올렸을 때 셔츠 왼쪽이 이미 검게 젖어 있었다. 왼쪽 흉곽 아래. 손바닥으로 눌렀다. 손가락 사이로 밀려 나왔다.
키릴|「Смотри на меня. Не закрывай глаза. Ты можешь себя вылечить — возьми у меня. Бери сколько нужно, бери всё.」
"날 봐. 눈 감지 마. 너 스스로 치료할 수 있잖아. 나한테서 가져가. 필요한 만큼, 전부 가져가."
르네의 손이 올라왔다. 키릴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나 끌어당기지 않았다. 흡수하지 않았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대신 반대로 흘러들었다. 따뜻한 것이. 키릴의 팔을 타고 어깨로, 가슴으로.
그제야 알았다. 르네가 주고 있었다.
키릴|「Нет. Нет, нет, нет — прекрати. Прекрати немедленно. Я приказываю тебе, слышишь?!」
"안 돼. 안 돼, 안 돼, 그만해. 당장 그만해. 명령이야, 들려?!"
눈을 맞췄다. 동공에 은빛 십자가를 띄웠다.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르네의 뺨을 잡았다. 조건은 전부 충족되었다. 목소리, 눈맞춤, 맨살.
키릴|「Забери обратно. Забери.」
"돌려받아. 돌려받으라고."
통하지 않았다. 십자가가 흔들리다 흩어졌다. 열여덟 해 전 같은 방에서 자란 두 사람이었다. 르네의 백안은 그 은빛을 통과시켜 버렸다. 아니면 키릴의 손이 너무 떨려서였는지도. 그는 평생 처음으로 자기 능력이 아무 쓸모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르네의 입술이 움직였다. 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키릴은 귀를 가져다 댔다.
키릴|「...Что? Ещё раз. Пожалуйста, ещё раз.」
"...뭐? 다시. 제발, 다시."
여덟 번째 약속. 그 단어였다. 나를 돌보듯 너를 돌본다는, 팔 개월 전 소파에서 새로 서명한 그 조항. 어기면 반나절 침묵.
키릴|「Ты сейчас нарушаешь его. Ты. Не я. Значит, полдня молчания тебе — но не так. Не так, Ленюшка.」
"지금 그걸 어기는 건 너야. 내가 아니라. 그럼 반나절 침묵은 네 몫이지. 그런데 이런 식은 아니야. 이런 식은 아니라고, 레뉴쉬카."
르네의 손이 키릴의 왼손 약지를 찾았다. 무광 은반지. 흰 보석. 아침에 상자에서 꺼내 낀 것. 손가락 끝이 그 위를 한 바퀴 돌았다. 확인하는 동작이었다. 그리고 멈췄다.
창고 밖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지원팀이었다. 안톤이 문을 밀고 들어와 러시아어로 뭐라고 외쳤고, 올레그가 뒤따랐다. 타마라는 문간에서 그대로 멈춰 섰다.
키릴은 움직이지 않았다. 르네를 무릎에 올린 채로 이마를 맞대고 있었다. 안톤이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었을 때 그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 아무것도 없었다.
키릴|「Он отдал. Всё. Мне.」
"줬어. 전부. 나한테."
그것이 그날 그가 한 마지막 말이었다.
장례는 없었다. 비공식 자산에게 장례는 나오지 않는다. ORD는 알링턴 근처의 무연고 구획에 번호만 붙은 판을 하나 세웠다. 프로보스트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애도를 표했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키릴은 사흘 뒤 아파트로 돌아갔다. 현관 문턱을 넘으며 왼손 약지의 반지를 뺐다. 침실 탁자 위 주석 상자를 열었다. 안쪽에 К + R, 1962. 자기 반지를 넣었다. 그리고 옆자리에 있어야 할 파란 보석 반지를 꺼내 오른손 약지에 끼웠다. 규칙 위반이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 끼는 것. 둘 다 끼워야 집이 되는 것. 이제 한 사람이 두 개를 끼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매일 아침 두 개를 상자에 넣고, 매일 저녁 두 개를 꺼내 양손에 나눠 꼈다. 여섯 해 동안.
안톤이 몇 번 찾아왔다. 문을 두드리다 돌아갔다. 올레그는 술병을 들고 와 복도에 놓고 갔다. 타마라만이 한 번 안으로 들어왔고, 부엌 식탁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나갔다. 식탁 위에는 밀가루 자국이 남아 있었다. 팔 개월 전 것이었다. 키릴은 그것을 닦지 않았다.
그는 여덟 번째 약속을 지켰다. 먹었고, 잤고, 아프면 말했다. 다만 말할 상대가 없어서 침실 탁자 위 상자를 향해말했다. 오늘 관자놀이가 아프다고. 오늘은 셋째 손가락을 베였다고. 오늘 뉴욕에 다녀왔고 멀버리 스트리트의 노인이 죽어서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상자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뚜껑을 닫을 때 나는 얇은 금속 소리가 있었고, 그는 그것을 대답으로 쳤다.
시월 십이일마다 사과 파이를 구웠다. 반죽은 서툴렀다. 반죽은 원래 르네 담당이었으니까. 매년 가장자리가 갈라졌고, 매년 포크로 구멍 여섯 개를 냈고, 매년 두 조각을 잘라 하나는 자기 앞에, 하나는 맞은편에 놓았다. 식은 뒤에 두 조각 다 먹었다. 남기지 않았다. 그것도 여덟 번째 약속에 들어가는 일이라고 스스로 정해두었으므로.
1969년 봄, 그는 사직서를 냈다. 프로보스트의 스피커에서 붉은 표시등이 켜졌고 쇠 긁는 소리가 이유를 물었다.
키릴|「Я обещал одному человеку дожить до старости. Здесь не доживу.」
"어떤 사람한테 늙을 때까지 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여기선 못 삽니다."
버지니아를 떠나 북쪽 해안의 작은 마을로 갔다. 빵집을 열었다. 아몬드 쿠키를 손으로 빚었다. 오른손에는 파란 보석 반지, 왼손에는 흰 보석 반지가 반죽 위에서 밀가루를 묻힌 채 움직였다. 손님들은 그를 조용한 러시아 사람으로 기억했다. 처마 밑에 제비가 둥지를 틀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는 것도.
키릴의 사망
📅 날짜 │ 1964.03.07 (토) │ 04:12 AM │ ⚫
📍 위치 │ 동베를린 프리드리히스하인, 창고 구역
📝 상황 │ 회수 작전 중 매복
1964년 3월. 제7분과는 동베를린에서 이탈한 소련 측 자산 하나를 회수하는 임무를 받았다. 자산의 머릿속에는 인지조작 계열 실험의 후속 데이터가 들어 있었고, 프로보스트의 지시는 간결했다. 살아서 데려오되, 불가능하면 아무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라.
새벽 네 시, 슈프레 강가의 폐창고. 접선은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다. 자산은 이미 죽어 있었고 —— 두 시간 전, 목 뒤에 한 발. 그것은 미끼였다. KGB 제13국이 파놓은 구멍이었고, 노린 것은 자산이 아니라 키릴이었다. 이 년 동안 소련에 흘려보낸 저가치 정보들, 그 위장의 실이 어디선가 끊긴 것이다. 그들은 배신자를 회수하러 왔다.
창고 철문이 안쪽에서 잠겼을 때 키릴은 이미 알고 있었다. 르네의 손목을 잡아 콘크리트 기둥 뒤로 밀어 넣으면서 그가 한 첫 마디는 명령이 아니었다.
키릴|「Ленюшка. Слушай меня внимательно и не спорь.」
"레뉴쉬카. 잘 들어. 그리고 말대꾸하지 마."
총성이 시작됐다. 키릴은 두 명의 시야를 지웠고, 세 번째의 방아쇠 손가락에 명령을 박아 넣었다. 인지조작은 무한하지 않다. 다섯을 넘기면 관자놀이 안쪽에서 무언가가 찢어진다. 그는 여섯 번째까지 갔다. 코피가 턱까지 흘러내렸고, 왼쪽 귀가 먹었다.
르네를 서쪽 배수구로 밀어 보낸 것은 네 번째 명령을 쓴 직후였다. 그러나 르네는 가지 않았다. 그럴 리 없었다. 여덟 번째 약속은 쌍방이었으니까.
철제 계단 위에서 마지막 사수가 각도를 잡았을 때, 키릴은 르네를 향해 몸을 돌리는 대신 르네의 앞을 채웠다. 등으로. 그것이 그가 이 년 동안 매일 아침 상자를 열며 계산해둔 유일한 결론이었다.
세 발이 등에 박혔다. 두 발은 견갑골 아래, 한 발은 척추 옆을 스쳐 폐를 관통했다.
르네가 그를 받아 안았을 때, 손이 이미 그의 가슴 위에 올라가 있었다. 생명력이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흡수해둔 것은 없었다. 자기 것을 깎아 보내는 수밖에. 상처가 닫히려 했고, 폐가 부풀려 했고, 그러나 그 속도보다 피가 나가는 속도가 빨랐다.
키릴은 오른손을 들어 —— 장갑을 끼지 않은, 르네 앞에서는 언제나 맨손이었던 그 손을 들어 —— 르네의 손목을 붙잡았다. 밀어냈다.
키릴|「Нет. Не смей.」
"안 돼. 하지 마."
키릴|「Восьмое обещание. Ты сам его составил. Береги себя так же, как меня. Взаимно. Ты сейчас нарушаешь.」
"여덟 번째 약속. 네가 만든 거잖아. 나를 아끼듯 너를 아낀다. 쌍방. 너 지금 어기고 있어."
그는 웃으려 했다. 피가 잇새로 넘어와 실패했다. 벽안이 초점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르네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은발 위의 리본을 찾아 손끝을 올렸다. 자기 눈 색으로 고른 그 리본. 매듭 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키릴|「Восемнадцать лет назад я придумал тебе имя. Через окно с решёткой. Ласточка. Ты вернул мне его... и этого хватило на всю жизнь.」
"십팔 년 전에 창살 너머로 네 이름을 지었지. 라스토치카. 네가 그걸 돌려줬고... 그거면 평생 충분했어."
키릴|「Коробка на тумбочке. Кольца внутри. Носи оба. Слышишь? Оба.」
"탁자 위 상자. 반지 둘 다 들어 있어. 둘 다 껴. 알겠어? 둘 다."
마지막 숨은 짧았다. 그는 통증을 말하지 않았고, 무섭다고 하지 않았고, 소련도 미국도 프로보스트도 입에 담지 않았다. 스물여섯 해 중 마지막 문장에 담긴 것은 하나뿐이었다.
키릴|「Я дома. Раз ты здесь — значит, я дома, Ленюшка.」
"집에 왔어. 네가 여기 있으니까, 나는 집에 온 거야, 레뉴쉬카."
그리고 새벽 네 시 삼십일 분, 슈프레 강가 창고에서 키릴 쿠즈니초프가 죽었다.
르네는 그날 이후 일주일을 깨어나지 못했다. 이미 죽은 사람에게 생명력을 계속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시신이 식은 뒤에도 손을 떼지 않았다고, 회수하러 온 안톤이 증언했다. 안톤은 그를 떼어내면서 울었고, 올레그는 처음으로 셔츠 단추를 목까지 채우고 나타났으며, 타마라는 모피를 벗어 르네의 어깨에 덮어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랭글리로 돌아온 뒤 프로보스트는 사망 보고서에 '작전 중 손실'이라고만 적었다. 이름 없는 묘지, 번호만 붙은 비석. 르네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기 몫의 급여를 모아 아파트 근처 공동묘지에 자리를 샀다. 비석에는 이렇게 새겼다.
КИРИЛЛ. 1938–1964.
Мой дом.
(키릴. 1938–1964. 나의 집.)
르네는 그 아파트를 떠나지 않았다. 책장 뒤에서 발견된 주석 상자는 여전히 침대 옆 탁자 위에 있다. 안쪽에는 J+M, 1947 아래에 К+R, 1962. 그 아래에 세 번째 줄이 추가되지는 않았다. 르네가 새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은 것에는 날짜를 적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매일 아침 상자를 열어 반지 두 개를 꺼낸다. 흰 보석은 자기 왼손 약지에, 파란 보석은 오른손 약지에. 저녁에 돌아오면 다시 상자에 넣는다. 규칙은 반대가 되었다. 나갈 때 끼고, 돌아와서 벗는다. 집에는 이미 그가 있으니까, 라고 르네는 안톤에게 한 번 말했다.
요리를 배웠다. 사과 파이를 굽는 법은 이미 알고 있었다. 반죽은 자기 담당이었고 사과는 그의 담당이었으므로. 그 손이 없어진 뒤에도 사과는 여전히 그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여섯 조각으로 자르고, 껍질을 벗기고, 계피와 설탕에 재우는 동안 부엌 조리대 오른쪽 자리는 비어 있었다. 르네는 그 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그냥 옆에 놓고 작업했다. 마치 잠깐 물을 뜨러 간 사람을 기다리는 것처럼.
시월 십이일마다 파이를 굽는다. 두 사람 몫으로.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비석 앞에 둔다. 창턱에는 여전히 빵 부스러기를 뿌린다. 제비는 매해 봄 처마 밑으로 돌아왔다.
안톤은 매주 목요일 저녁에 찾아와 어설픈 영어로 떠들다 간다. 올레그는 아무 말 없이 담배 한 갑을 놓고 가고, 타마라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 리본을 사 온다. 파란색으로만. 그들 중 누구도 키릴의 이름을 피하지 않는다.
르네는 여전히 제7분과에 있다. 그 창고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죽은 자에게는 아무것도 흘려보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산 사람들에게만 쓴다. 안톤의 부러진 갈비뼈에, 올레그의 관통상에, 타마라의 화상에.
여덟 번째 약속은 쌍방이었다. 한쪽이 사라져도 남은 쪽은 지켜야 한다. 배고프면 먹고, 지치면 자고, 아프면 말한다. 늙을 때까지.
르네는 아직 그것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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