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C 전문
키릴
「유서 — 르네를 만나기 전」
1962년 6월. 키릴의 아파트 책상 서랍 안, 봉투에 넣어 봉인된 종이 한 장. 수신인 없음.
「Если это читают — значит, всё.
Имущество — казённое. Возвращайте в ORD. Пистолет — в ящике стола, второй ряд, слева.
Счёт в банке — закройте. Остаток — неважно.
Похороны — не нужны. Тело — утилизируйте по протоколу. Имени на камне — не надо. Его и так — нет.
Тому, кто это нашёл: в левом кармане пальто — перчатка. Правая. Сожгите. Не надевайте.
Всё.」
"이것을 읽고 있다면, 끝난 것이다.
소유물은 전부 관용품이다. ORD에 반환할 것. 권총은 책상 서랍 두 번째 줄, 왼쪽.
은행 계좌는 해지할 것. 잔액은 상관없다.
장례는 필요 없다. 시체는 규정대로 처리할 것. 비석에 이름은 필요 없다. 어차피 없으니까.
이것을 찾은 사람에게: 코트 왼쪽 주머니에 장갑이 있다. 오른손 것. 태울 것. 끼지 말 것.
끝."
서명 없음. 날짜 없음. 여백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다. 종이는 깨끗하고, 필체는 반듯하며, 잉크가 번진 곳이 없다. 망설인 흔적도 없다. 쓰는 데 1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처분 지시와 경고만으로 이루어진 문서. 남기는 말이 없다. 남길 사람이 없었으므로.
「유서 — 르네를 만난 후」
1962년 8월 19일 이후 어느 날. 같은 책상, 같은 서랍. 이전의 봉투는 찢어 버렸다. 새 종이. 이번에는 봉투 겉면에 한 단어.
「Ренюшке」
「Ласточка.
Это — не должно было случиться. Ты не должен это читать. Я обещал — каждое утро, ленту, поцелуи, руку в руке. Обещал — блины, яблочный пирог в октябре, кольцо с белым камнем. Обещал — до конца.
Прости. Не сдержал.
Но слушай. Внимательно. Как тогда — в той комнате, когда нам было шесть.
Ты — жив. Это главное. Ради этого — всё было.
В шкафу — моё пальто, серое, длинное. Надень зимой. Оно — большое, но тёплое. Больше не сжимай кулаки во сне — это была моя привычка, не твоя.
На полке — камера. Плёнка внутри — наше утро на кухне. Прояви. Это — для тебя.
В правом кармане пиджака — перчатка. Сожги. Пожалуйста.
Деньги на счету — твои. Хватит — надолго. Ешь хорошо. Горячее — каждый день. Ты — слишком худой. Всегда был.
Книги — твои. Я отметил страницы, где — о ласточках.
Не вини себя. Не вини никого. Я выбрал. Как всегда — выбрал тебя.
Пятьдесят пять дней — не дождался. Но кольцо — купил заранее. Верхний ящик, справа, в синей коробке. Надень. Это — моё обещание. Даже сейчас.
Ренюшка.
Ты спросил — когда больше всего думал о тебе. Я сказал — зимой. Соврал. Не зимой. Всегда. Каждую секунду. Восемь лет, и потом — каждый день рядом. Просто зимой — больнее, поэтому — заметнее.
Живи. Ешь. Спи в тепле. Выходи на улицу. Смотри на небо.
И если когда-нибудь — снова станет холодно, а руки — некому согреть:
Сожми кулаки. Как я. Потерпи до утра. Утро — всегда приходит.
Я любил тебя. Люблю. Буду — всегда.
Навсегда — твой. Даже теперь.」
"라스토치카.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넌 이걸 읽으면 안 되는 거야. 매일 아침, 리본, 입맞춤, 손을 잡고 자겠다고 약속했어. 블리니, 시월의 사과파이, 하얀 보석 반지. 끝까지라고 약속했어.
미안해. 지키지 못했어.
그래도 들어. 잘. 우리가 여섯 살이었을 때, 그 방에서처럼.
넌 살아 있어. 그게 제일 중요해. 그것을 위해서 전부 한 거야.
옷장에 내 코트가 있어. 회색, 긴 거. 겨울에 입어. 크겠지만 따뜻할 거야. 자면서 주먹 쥐지 마. 그건 내 버릇이었지, 네 게 아니야.
선반에 카메라가 있어. 안에 든 필름은 부엌에서 찍은 우리 아침이야. 현상해. 그건 네 거야.
재킷 오른쪽 주머니에 장갑이 있어. 태워줘. 부탁이야.
계좌에 있는 돈은 전부 네 거야. 오래 쓸 수 있을 거야. 잘 먹어. 따뜻한 거 매일. 넌 너무 말랐어. 항상 그랬어.
책들도 네 거야. 제비 이야기가 나오는 페이지에 표시해뒀어.
자책하지 마. 아무도 탓하지 마. 내가 선택한 거야. 늘 그랬듯이, 널 선택한 거야.
쉰다섯 일을 기다리지 못했어. 그래도 반지는 미리 사뒀어. 위쪽 서랍, 오른편, 파란 상자 안. 끼어줘. 이건 내 약속이야. 지금도.
레뉴쉬카.
내 생각을 언제 제일 많이 했냐고 물었지. 겨울이라고 했어. 거짓말이야. 겨울이 아니라 항상. 매 순간. 8년 동안, 그리고 매일 옆에 있게 된 뒤에도. 그냥 겨울에는 더 아프니까 더 뚜렷했던 것뿐이야.
살아. 먹어. 따뜻하게 자. 밖에 나가. 하늘을 봐.
그리고 만약 언젠가 다시 추워지는데 손을 녹여줄 사람이 없으면,
주먹을 쥐어. 나처럼. 아침까지 버텨. 아침은 항상 와.
널 사랑했어. 사랑해. 앞으로도 항상.
영원히 네 거야. 지금도."
서명 대신 종이 끝에 작은 제비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서투른 펜 선. 날개를 펼친 모습. 잉크가 한 군데 번져 있다. 쓰다가 멈춘 흔적.
후일담
파란 상자는 서랍 오른편에 있었다. 유서에 적힌 그대로.
르네의 손이 종이를 내려놓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알 수 없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 같았다. 종이 끝에 그려진 서투른 제비가 시야에 들어왔을 때 비로소 손가락 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잉크가 한 군데 번져 있었다. 쓰다가 멈춘 흔적. 펜을 잡은 손이 흔들렸던 것인지, 아니면.
종이를 접지 못했다. 접으면 글자가 사라질 것 같았으므로. 책상 위에 펼쳐둔 채 의자에서 일어났다. 옷장을 열었다. 회색 코트가 걸려 있었다. 큰 코트. 둘이 입기로 했던 코트가 아니었다. 하나를 둘이 입겠다고 말하며 웃던 사람은 없었다. 그냥 긴 코트 한 벌이었다. 팔을 넣었다. 소매가 손끝을 삼켰다. 어깨가 축 처졌다. 키릴의 체온은 없었다. 천에서 비누 냄새가 났다. 같은 비누. 같은 냄새. 혼자.
코트를 입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옷장 앞, 차가운 마루 위. 소매 안으로 삼켜진 손이 코트 안쪽을 더듬었다. 안감의 바느질 선이 손끝에 닿았다. 키릴의 손이 단추를 잠그던 곳. 깃을 세우던 곳.
소리가 나지 않았다. 울음이 나오지 않았다. 목구멍이 막혀 있었다. 숨을 쉬려 했으나 공기가 폐까지 닿지 못하고 가슴 한가운데에서 멈추었다. 심장 위에 올려두었던 깍지 낀 손의 온기가 떠올랐다. 맥박이 전해지던 감각. 그것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비로소.
숨이 터졌다. 한 번. 갈라진 호흡이 빈 아파트를 채웠다. 두 번째는 소리가 되었다. 세 번째는 이름이 되었다.
키랴.
대답이 없었다. 교회 종소리도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8월이었다. 따뜻했다. 네가 여기 있다고 말하던 목소리는 없었다.
서랍을 열었다. 오른편. 파란 상자. 작았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크기. 뚜껑을 열자 얇은 은색 반지가 안에 누워 있었다. 하얀 보석이 박혀 있었다. 르네의 것. 키릴이 미리 사둔 것. 쉰다섯 일을 기다리지 못한 약속.
옆에 또 하나의 상자가 있었다. 파란 보석. 키릴의 것.
두 개를 나란히 책상 위에 올렸다. 유서 옆에. 서투른 제비 그림 옆에. 하얀 보석과 파란 보석이 아침 빛을 받아 빛났다.
흰색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었다. 조금 헐거웠다. 키릴이 손가락 사이즈를 정확히 재지 못했던 것이다. 재러 가자고 하면 들킬까 봐 눈대중으로 샀을 것이다. 그 서투름이 손가락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파란 보석 반지를 오른손으로 집었다. 끼워줄 손이 없었다.
그것을 목에 건 사슬에 꿰었다.
이후의 일상은 유서가 시킨 대로였다.
먹었다. 따뜻한 것을 매일. 블리니를 만들어보려 했으나 반죽이 되지 않았다. 키릴이 알려주기로 한 핫케이크 반죽법을 배우지 못했으므로. 대신 빵을 사다가 데워 먹었다. 잼을 발랐다. 딸기 잼. 스메타나는 사지 않았다. 혼자서는 먹을 수 없는 맛이었으므로.
선반의 카메라를 현상했다. 부엌 창가. 8월의 아침 빛. 사진 속의 은발이 햇살에 젖어 있었다. 두 사람의 것인지 한 사람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 사진을 책상 위, 유서 옆에 세워두었다.
책을 읽었다. 표시된 페이지를 펼쳤다. 제비가 나오는 구절마다 연필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필체가 반듯했다. 키릴의 손. 여백에 아무 메모도 없었다. 밑줄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겨울이 왔다. 회색 코트를 입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안감이 차가웠다. 녹여줄 손이 없었으므로 주먹을 쥐었다. 키릴의 버릇이었지 자기 것이 아니라고 유서에 적혀 있었으나, 다른 방법을 몰랐다.
밤에는 왼쪽이 비어 있었다. 문 가까운 쪽. 오른손을 뻗으면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깍지 낄 손가락이 없었다. 주먹을 쥐었다. 아침까지 버텼다. 아침은 항상 왔다. 유서가 그렇게 말했으므로.
매일 아침 리본을 묶었다. 진주빛 흰색. 혼자서는 매듭이 비뚤어졌지만 고치지 않았다. 키릴이 묶어준 것이 아니었으므로 반듯할 필요가 없었다.
살았다. 먹었다. 잤다. 하늘을 보았다.
약지의 반지가 빙글빙글 돌 때마다, 목에 걸린 파란 보석이 셔츠 안에서 심장 위에 닿을 때마다, 같은 말을 되뇌었다.
끝까지.
르네
「유서 — 키릴을 만나기 전」
1959년 겨울. 격리 관사의 침대 밑, 책 사이에 끼워둔 종이 한 장. 크게 앓고 깨어난 다음 날 쓴 것.
「Кому это может понадобиться.
Я — Рене. Фамилии нет. Не выдумывайте.
Тело — используйте, если пригодится. Вскрывайте, изучайте. Я не против. Всё равно оно было ваше.
Вещей нет. Три рубашки, две книги. Книги — не выбрасывайте. Отдайте кому-нибудь, кто читает.
Никого не извещайте. Извещать некого.
Одна просьба. Если где-то есть человек по имени Кирилл Кузнецов — не говорите ему. Пусть думает, что я ещё жив. Это ему легче.
Всё.」
"이걸 필요로 할 사람에게.
나는 르네. 성은 없다. 지어내지 말 것.
몸은 쓸 데가 있으면 쓸 것. 열어보고 연구해도 좋다. 상관없다. 어차피 당신들 것이었으니까.
물건은 없다. 셔츠 세 벌, 책 두 권. 책은 버리지 말 것. 읽을 사람에게 줄 것.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 것. 알릴 사람이 없다.
한 가지 부탁. 어딘가에 키릴 쿠즈니초프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알리지 말 것. 내가 아직 살아 있다고 생각하게 둘 것. 그편이 그에게 낫다.
끝."
연필로 쓰였다. 글씨가 가늘고 흐리다. 힘이 들어가지 않은 손으로 쓴 것. 마지막 문단만 눌러 썼는지 종이가 파여 있다. 이름 하나를 적는 데 나머지 전부보다 오래 걸렸을 것이다.
서명이 없다. 날짜도 없다. 3년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끼워져 있었고, 관사를 떠나던 날 상자에 넣지 않았다. 버리지도 않았다. 그냥 두고 왔다.
「유서 — 키릴을 만난 후」
1962년 8월. 새 종이. 봉투 겉면에 한 단어.
「Кире」
「Киря.
Я обещал не уходить первым. Если ты это читаешь — я соврал. Прости.
Слушай. Как в той комнате. Мне шесть, тебе шесть, и ты держишь меня за руку.
Первое. Не ищи виноватых. Ты будешь искать. Я знаю тебя. Не надо. Я выбрал сам — как всегда выбирал тебя.
Второе. Кольцо. Синее — в верхнем ящике. Надень. Пожалуйста надень, даже если больно. Пятьдесят пять дней я не дождался, но обещание — осталось. Оно моё, и я его сдержу — через кольцо.
Третье. Зимой. Не сжимай кулаки. Я не смогу разжать их за тебя, но ты уже знаешь, что этого делать не надо. Купи перчатки. Обе. И тёплые.
Четвёртое. Ешь. Ты готовишь для меня — теперь готовь для себя. Блины со сметаной и клубничным вареньем. Помнишь, что мы нашли? Не забывай этот вкус.
Пятое. В октябре — двенадцатого — испеки яблочный пирог. Тесто у тебя выйдет лучше моего. И съешь оба куска. Мой тоже.
Шестое. Ленты. Белая и голубая, в коробке на полке. Не выбрасывай.
Киря. Восемь лет я держался только потому, что где-то был ты. Я не знал, жив ли ты. Я просто решил, что жив, и на этом стоял. И оказался прав.
Эти дни с тобой — я прожил всю жизнь за них. Всё, что было до, было ожиданием. Всё, что было с тобой, было жизнью. Мне хватило. Слышишь? Мне хватило.
Не иди за мной. Живи долго. Живи скучно. Пей чай с мёдом, покупай пластинки, спи на левой стороне.
И когда-нибудь, если станет легче — не вини себя за это. Я хочу, чтобы стало легче.
Люблю тебя. С шести лет и до конца.
Твой Ренюшка. Навсегда твой муж.」
"키랴.
먼저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지. 네가 이걸 읽고 있다면 나는 거짓말을 한 거야. 미안해.
들어줘. 그 방에서처럼. 나는 여섯 살이고, 너도 여섯 살이고, 네가 내 손을 잡고 있어.
첫째. 탓할 사람을 찾지 마. 너는 찾을 거야. 내가 너를 알아. 하지 마. 내가 선택한 거야. 늘 너를 선택했던 것처럼.
둘째. 반지. 파란 건 위쪽 서랍에 있어. 껴. 아파도 껴줘. 쉰다섯 일을 기다리지 못했지만 약속은 남아 있어. 그건 내 거고, 반지로 지킬게.
셋째. 겨울. 주먹 쥐지 마. 내가 대신 펴줄 수 없지만, 너도 이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잖아. 장갑을 사. 양쪽 다. 따뜻한 걸로.
넷째. 먹어. 넌 나를 위해 요리했으니 이제 너를 위해 해. 스메타나랑 딸기 잼 올린 블리니. 우리가 찾아낸 거 기억나? 그 맛을 잊지 마.
다섯째. 시월 십이일에 사과파이를 구워. 반죽은 나보다 네가 더 잘할 거야. 두 조각 다 먹어. 내 몫까지.
여섯째. 리본. 흰색이랑 파란색, 선반 위 상자 안에 있어. 버리지 마.
키랴. 8년을 버틴 건 어딘가에 네가 있어서였어. 살아 있는지도 몰랐어. 그냥 살아 있다고 정해놓고 그걸 붙들고 있었어. 그리고 맞았지.
너와 보낸 이 며칠로 나는 평생을 살았어. 그전은 전부 기다림이었고, 너와 있던 건 전부 삶이었어. 충분해. 들려? 나는 충분했어.
따라오지 마. 오래 살아. 지루하게 살아. 꿀 넣은 차를 마시고, 음반을 사고, 왼쪽에서 자.
그리고 언젠가 괜찮아진다면, 그걸로 자책하지 마. 나는 네가 괜찮아지기를 바라.
사랑해. 여섯 살부터 끝까지.
네 레뉴쉬카. 영원히 네 남편."
잉크로 쓰였다. 필체가 예전보다 굵고 또렷하다. '나는 충분했어' 아래 줄에 지운 자국이 있다. 무언가 더 쓰려다 그만둔 흔적. 종이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작게, 리본 매듭 하나가 그려져 있다.
후일담
봉투 겉면에 「Кире」라고 적혀 있었다. 키랴에게. 그 네 글자를 보는 데 한참이 걸렸다. 봉인을 뜯는 손가락이 두 번 미끄러졌다. 오른손. 장갑을 끼지 않은 손. 이제 그 손으로 만질 살이 없었다.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다음 다시 처음부터. 세 번째부터는 문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특정 줄에서만 멈추었다.
'나는 충분했어.'
그 아래 지운 자국이 있었다. 무언가를 쓰려다 만 흔적. 키릴은 종이를 창가로 가져가 빛에 비추었다. 눌린 자국을 읽으려 했다. 세 글자. 아니면 네 글자. 끝내 읽히지 않았다. 르네가 지운 것을 억지로 읽어내려는 자신이 역겨워질 때까지 그러고 있었다.
종이를 내려놓고 위쪽 서랍을 열었다. 파란 상자. 파란 보석. 자기 몫으로 사둔 것을 자기가 꺼내게 될 줄은 몰랐다.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웠다. 헐거웠다. 르네가 눈대중으로 샀을 것이다. 재러 가자고 하면 들킬까 봐. 그 서투름이 손가락 위에서 돌았다.
그리고 무릎이 꺾였다.
소리가 났다. 짐승 같은 소리였다. 8년 동안 막사에서도 내지 않았던 종류의 소리. 손바닥으로 입을 막았으나 소용없었다. 이마를 마루에 대고, 파란 반지 낀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등이 접힐 때까지.
키릴|「Ты обещал. Ты обещал не первым.」
"약속했잖아. 먼저 가지 않겠다고."
대답이 없었다. 아파트가 조용했다. 8월이었는데 손이 차가웠다.
그 후로는 유서가 시킨 대로 했다.
탓할 사람을 찾지 않았다. 정확히는, 찾으려던 이름 목록을 사흘째 밤에 태웠다. 재떨이에서 종이가 다 타는 것을 지켜보는 동안 오른손 손가락이 계속 원을 그렸다. 엄지로.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다. 안심시켜야 할 손이 없는데도 그랬다.
장갑을 샀다. 양쪽 다. 따뜻한 것으로. 왼손에도 끼는 건 처음이었다.
블리니를 구웠다. 스메타나와 딸기 잼을 섞었다. 맛이 났다. 그게 문제였다. 맛이 나서, 그 맛을 찾아낸 사람이 없어서, 접시를 앞에 두고 한참 앉아 있다가 결국 다 먹었다.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그렇게 했다.
밤에는 왼쪽에서 잤다. 문 가까운 쪽. 오른쪽은 비워두었다. 시트를 반듯하게 펴놓고. 오른손은 펴서 이불 위에 두었다. 주먹을 쥐면 펴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아니까, 쥐기 전에 미리 폈다. 아침에 깨보면 결국 쥐어져 있었다. 그럼 스스로 폈다.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파란 반지가 입술에 닿았다.
시월 십이일에 사과파이를 구웠다. 반죽은 르네 몫이었으므로 서툴게 만들었다. 일부러. 두 조각을 다 먹었다. 접시 두 개를 놓고, 하나를 비우고, 하나를 비웠다.
선반 위 상자의 리본은 버리지 않았다. 흰색과 파란색. 매일 아침 상자를 열어 흰 리본을 손에 감았다가 다시 넣었다.
오래 살 것이었다. 지루하게. 꿀 넣은 차를 마시고, 음반을 사고, 왼쪽에서 자면서.
언젠가 괜찮아지면 자책하지 말라고 적혀 있었다.
키릴|「Прости, ласточка. Этого — не обещаю.」
"미안해, 라스토치카. 그건 약속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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