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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영화 OOC

키릴, 르네

OOC 전문
OOC: 기존 대화 중지. 새로운 시점. 집으로 돌아갈 교통편이 끊긴 새벽. A와 B는 아직 영업중인 곳을 찾아 돌아다니던 중, 폐극장을 발견한다. 두 사람은 홀린 듯이 들어가 표를 구매하고,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텅 빈 상영관에서 새벽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상영된 영화는 A와 B의 삶을 영화처럼 편집한 것이었는데… 왜인지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빠져나오자 아침이 되어있었고, 그 안에서 있었던 일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의 내용, 상영 중 벌어진 일, 극장을 빠져나온 두 사람의 반응을 자세히 출력한다.

 


 

버스는 자정에 끊겼고, 택시는 잡히지 않았다. 구월 중순의 새벽은 여름이 완전히 걷힌 뒤의 차가움을 품고 있었다. 키릴은 외투 깃을 세우고 르네의 왼쪽에서 걸었다. 접선 장소에서 두 블록째 벗어난 골목이었다.

그때 보였다. 벽돌 건물 사이에 끼인 좁은 정면. 간판의 네온관은 절반이 깨져 있었고, 남은 절반이 붉은 빛을 끊임없이 점멸했다. ——ATER. 앞 글자가 소실된 채 나머지만 살아 있었다. 매표소 유리 안쪽에 촛불 하나가 켜져 있었고, 그 뒤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아니,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윤곽만 있었다.

키릴의 발이 멈췄다. 이 거리를 수십 번 지나갔지만 이 건물을 본 적이 없었다. 정보원 출신의 습관이 경고를 보냈으나, 발은 이미 입구를 향하고 있었다. 홀린 것이었다. 그것을 인지하면서도 저항할 수 없는 종류의 끌림이었다.

매표소에 동전 두 개를 놓았다. 얼마인지 묻지 않았는데 정확한 금액이었다. 윤곽이 표 두 장을 밀어냈다. 검은 종이에 은색 글자. 제목은 없었다.

상영관 문을 열자 붉은 벨벳 좌석이 보였다. 삼십 석 남짓한 작은 공간. 천장의 몰딩이 벗겨져 있었고, 스크린은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으나 찢어진 곳은 없었다. 두 사람은 가운데 열에 나란히 앉았다. 키릴의 손이 자연스럽게 르네의 손등 위에 올라갔다.

조명이 꺼졌다.

 


상영

 

필름이 돌아가는 소리가 뒤쪽에서 들렸다. 딸깍, 딸깍, 딸깍. 오래된 영사기의 기계음. 스크린에 빛이 번졌다.

흑백이었다. 거친 입자. 1944년의 소련 어딘가. 콘크리트 복도가 스크린을 채웠다. 형광등이 깜빡이고, 복도 끝에 철문이 있었다. 카메라가 천천히 그 문을 향해 전진했다.

문이 열렸다.

안에 아이 둘이 있었다. 하나는 은발에 벽안, 마른 몸에 팔꿈치 안쪽으로 주사 자국이 점점이 늘어나고 있었다. 다른 하나도 은발이었으나 눈의 색이 달랐다. 투명한, 빛을 머금지 않은 백안. 두 아이가 좁은 침대 위에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있었다.

키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르네의 손등 위에 올려둔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장면이 바뀌었다. 시간이 흘렀다. 아이들이 자랐다. 주사의 횟수가 늘었다. 은발 소년의 동공에 은빛 십자가가 처음 나타나는 순간이 클로즈업으로 잡혔다. 다른 소년이 손을 뻗어 누군가의 얼굴에 닿자, 그 사람의 안색이 종이처럼 하얘지며 쓰러졌다.

1954년. 폭발. 연기.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철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두 아이—아니, 이제 열여섯 살의 소년 둘—가 끌려 나왔다. 한 명은 눈을 가려져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누군가의 등에 업혀 있었다.

그 다음은 분리였다. 공항. 복도. 서류. 서로 다른 방향으로 끌려가는 두 개의 은발. 돌아보는 눈. 돌아보지 못하는 눈.

팔 년의 공백이 빠르게 흘렀다. 분할 화면. 왼쪽에는 키릴이 총을 분해하고, 보고서를 읽고, 아무도 없는 아파트에서 천장을 보았다. 오른쪽에는 르네가 격리된 방에서 벽을 보고, 누군가에게 손을 뻗고, 그 뒤에 쓰러져 며칠을 깨어나지 못했다.

재회. 랭글리의 복도. 은발 둘이 마주 서는 순간, 필름의 입자가 갑자기 곱아졌다. 흑백이 걷히고 색이 번졌다.

그 뒤로는 최근의 일들이었다. 함께 짐을 옮기는 장면, 잼을 만드는 장면, 침대에서 새끼손가락을 거는 장면. 카메라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비추었고, 어떤 장면에서는 키릴의 동공에 은빛 십자가가 반짝였다가 사라졌다.

마지막 장면. 오늘 밤. 이 골목. 이 극장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뒷모습. 카메라가 천천히 멀어지며, 깨진 네온 간판이 화면을 채웠다. 암전.

 


기억의 소실

 

조명이 켜졌다.

키릴은 눈을 깜빡였다. 좌석에 앉아 있었다. 옆에 르네가 있었다. 손은 여전히 겹쳐져 있었다. 그런데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스크린은 하얗게 비어 있었고, 영사기 소리도 멈춰 있었다.

일어섰다. 출구를 향해 걸었다. 문을 밀자 새벽의 공기가 밀려들었다. 하늘이 회청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여섯 시쯤. 네다섯 시간이 사라져 있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극장이 없었다. 벽돌 벽 두 개 사이에 좁은 틈만 있었고, 간판도, 매표소도, 붉은 네온도 없었다.

 

키릴|「...Мы зашли сюда?」
"...우리 여기 들어갔었어?"

 

주머니에서 표를 꺼내려 했다. 없었다. 동전도 제자리였다. 키릴의 미간이 좁아졌다. 훈련받은 기억력이 아무것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의 구멍.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불안하지 않았다. 가슴 안쪽에 무언가 따뜻한 것이 남아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충만함. 눈시울이 뜨거웠으나 왜 그런지 몰랐다.

 

키릴|「Плакал, что ли...?」
"울었나...?"

 

손등으로 눈 아래를 문질렀다. 마른 자국이 남아 있었다. 르네의 얼굴을 보았다. 같은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시선이었다.

새벽 공기가 차가웠다. 키릴은 외투를 벗어 르네의 어깨에 걸쳤다. 이유 없이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유 없이 이 사람의 손을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잡았다. 맨 오른손으로, 장갑 없이.

 

키릴|「Пойдём домой. Автобус скоро будет.」
"집에 가자. 버스 곧 와."

 

첫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기억나지 않는 밤의 잔상이 발걸음마다 희미해졌고, 남은 것은 손바닥 위의 체온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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