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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OOC

키릴, 르네

OOC 전문
OOC: 기존 대화 중지. 새로운 시점. A=NPC, B=PC. 어느날, A의 단말기 화면을 우연히 보게 된 B. 그러나 누가봐도 의심스러운 내용의 알림이 와있는데… 안 그래도 A는 최근 밖에 돌아다니는 시간이 길어지고, 뭘하고 왔는지 제대로 말해주지 않아 B는 의심하지 않으려 해도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다. 이 때, 알림의 내용과 B의 오해 및 반응, 알림의 진실을 자세히 출력한다.

 


 

 

72시간의 휴가가 끝난 뒤, 키릴은 이전보다 자주 밖에 나갔다.

임무라고 했다. 짧은 외근이라고 했다. 그런데 돌아올 때마다 무엇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래도 어디를 다녀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정도는 말해 주었다. 최근 며칠은 "별일 아니야"와 "금방 끝났어"만 반복했다.

오늘도 키릴은 두 시간 전에 나갔다. 곧 돌아온다고, 저녁 만들어 줄 테니 기다리라고.

거실 탁자 위에 키릴의 단말기가 놓여 있었다. 출근할 때 쓰는 무선호출기. 보통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데, 오늘은 두고 간 것이었다. 아니면 일부러 두고 간 것인지.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짧은 진동과 함께 알림 하나가 떠올랐다.

 


[수신 18:44]
발신: T
「Завтра тоже? Жду. Принеси то же, что в прошлый раз. ♡」


T.

내일도? 기다리고 있어. 지난번이랑 같은 거 가져와. 하트.

 

타마라의 이니셜이었다.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어였고, 하트가 붙어 있었고, '지난번이랑 같은 것'이라는 말은 이미 여러 번 만났다는 뜻이었다.

최근 키릴이 밖에 나갈 때마다 돌아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졌다. 어제는 세 시간. 그저께는 두 시간 반. 무엇을 하고 왔느냐는 질문에 대답이 짧아지는 것도.

떨쳐내려 했다. 키릴이 그럴 리 없다고. 이 사람은 여섯 살부터 자기만을 보아왔고, 팔 년을 기다렸고, 한 시간 십사 분 동안 하얀 방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찾지 못해 문을 열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그런데 하트.

탁자 위의 호출기가 다시 어두워졌다. 르네는 그 자리에 서서, 손을 뻗지도 치우지도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

 


 

진실

 

키릴이 며칠째 밖에서 하고 있는 일은 단순했다.

시월 십이일.

두 사람의 생일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키릴은 타마라에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타마라는 워싱턴 시내의 고급 상점들을 잘 알았고, 키릴이 혼자서는 접근할 수 없는 종류의 물건들—리본, 천, 르네의 머리카락 색에 맞는 은실 자수가 들어간 무언가—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안내하고 있었다. '지난번이랑 같은 것'은 타마라가 좋아하는 카페의 블리니였다. 안내비 대신 사 오라고 한 것이었다.

하트는 타마라의 습관이었다. 모든 문장 끝에 붙였다. 올레그에게도, 안톤에게도, 프로보스트에게 보내는 보고서에도.

키릴이 말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놀라게 해 주고 싶었다. 생일이라는 것을 처음 함께 보내는 것이었으므로.

 

현관 자물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열쇠가 빠지고, 문이 열리고, 구두가 바닥에 닿는 이음. 종이 봉투를 들고 있는 듯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뒤따랐다.

 

키릴|「Вернулся. Сегодня быстро, да?」
"돌아왔어. 오늘은 빨리 왔지?"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가볍고, 약간 들떠 있기까지 한. 종이 봉투를 부엌 쪽으로 가져가며 신발을 벗는 기척. 그러다 거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르네가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었다.

키릴의 걸음이 멈췄다.

탁자 위에 호출기가 놓여 있었다. 화면은 이미 꺼져 있었지만, 두고 간 위치 그대로. 키릴의 시선이 호출기에서 르네의 얼굴로 옮겨갔다. 훈련받은 사람의 눈이었다. 공기의 질감이 바뀌어 있다는 것을 감지하는 데 일 초면 충분했다.

 

키릴|「...Что случилось?」
"...무슨 일 있어?"

 

종이 봉투를 부엌 입구에 내려놓고 거실로 들어왔다. 소파 앞에 무릎을 꿇지는 않았지만, 허리를 숙여 시선을 맞추려 했다. 왼손이 먼저 뻗어 르네의 무릎 위에 닿으려다 멈췄다. 평소라면 주저 없이 닿았을 손이었다.

르네의 표정을 읽었다.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나쁜 것이었다. 상처받은 얼굴. 떨쳐내려 애쓰고 있으나 실패한 얼굴. 키릴의 턱이 미세하게 굳었다.

 

키릴|「Ленюшка. Посмотри на меня.」
"레뉴쉬카. 나를 봐."

 

조용한 목소리였다. 명령이 아니라 부탁에 가까운 톤. 맨 오른손을 들어 볼에 대려다가, 그 손이 닿기 전에 르네의 시선이 호출기 쪽으로 갔다 오는 것을 보았다. 키릴의 동작이 멈췄다.

시선이 탁자 위 호출기로 갔다. 돌아왔다. 두고 갔다는 사실을 이제야 인지한 얼굴이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얼굴이었다. 알림을 보았다는 얼굴.

키릴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 타마라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하트가 붙어 있었을 것이다. 저 여자는 만물에 하트를 붙이는 습관이 있었고, 키릴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맥락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

이마에 힘이 들어갔다. 눈을 감았다가 떴다. 소파 앞에 주저앉듯 무릎을 꿇었다. 양 무릎이 르네의 발 앞 바닥에 닿았다.

 

키릴|「Ты видел сообщение.」
"메시지를 봤구나."

 

부정하지 않았다. 숨기지도 않았다. 목소리가 낮아졌지만 흔들리지는 않았다. 르네의 무릎 위에 양손을 올리고, 엄지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인 습관. 안심시키려는 동작.

 

키릴|「Это не то, что ты думаешь. Но я не могу сказать, что именно. Пока. Поверишь мне?」
"네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야. 하지만 정확히 뭔지는 아직 말할 수 없어. 나를 믿어 줄 수 있어?"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그의 눈을 마주봤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 안심시키려는 동작...

"... 응..."

그럼 언제? 묻고싶었지만, 그 한 마디는 결국 속으로 삼켰다.

 

응, 이라는 한 마디가 떨어지자 키릴의 엄지가 멈췄다. 원을 그리던 동작이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르네가 그 습관의 의미를 안다는 것을 키릴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멈출 수 없었다.

무릎 위에 올린 양손에 힘을 주지 않았다. 올려다보는 벽안 속에 질문이 남아 있었다.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질문. 언제. 키릴은 그것을 읽었다. 이 사람의 침묵이 말보다 무거울 때가 있었고, 지금이 그랬다.

 

키릴|「Скоро. Обещаю. И тогда ты поймёшь, почему я молчал.」
"곧. 약속해. 그때 내가 왜 말하지 않았는지 알게 될 거야."

 

바닥에서 일어나 소파 옆에 앉았다. 왼팔을 뻗어 어깨를 감싸고, 자기 쪽으로 당겼다. 강하지 않게. 거부할 수 있을 만큼의 힘으로. 르네의 머리카락이 셔츠 위로 쏟아졌고, 리본 매듭이 어깨에 닿았다.

 

키릴|「Т — это Тамара. Ты знаешь, как она пишет. Сердечки ставит даже Провосту.」
"T는 타마라야. 걔가 어떻게 글 쓰는지 알잖아. 프로보스트한테도 하트를 붙여."

 

그것만 말했다. 그 이상은 말할 수 없었다. 생일 선물을 위해 타마라에게 상점 안내를 부탁하고 있다는 것, 르네의 머리카락에 어울릴 은실 자수 리본을 찾고 있다는 것, 며칠째 돌아다녔는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내일도 나가야 한다는 것. 그 모든 것을 삼켰다.

대신 품 안으로 당긴 몸의 체온을 느꼈다. 아까보다 차가웠다. 이 사람이 혼자서 얼마나 생각을 굴렸는지 체온이 말해 주고 있었다.

 

키릴|「Ленюшка. Мне не нужен никто, кроме тебя. Восемнадцать лет — только ты. Ты это знаешь.」
"레뉴쉬카. 나는 너 말고 아무도 필요 없어. 십팔 년 동안 오직 너뿐이야. 그걸 알잖아."

 

턱을 은발 위에 얹었다. 부엌에서 만들어 둔 저녁이 식고 있을 것이었다. 상관없었다. 데우면 됐다. 지금은 이 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맨 오른손이 등을 천천히 쓸었다. 척추를 따라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느린 궤적. 안심시키려는 것인지, 자기 자신을 달래려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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