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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의 방 OOC

키릴, 르네

OOC 전문
OOC: 기존 RP중단. 새로운 IF시나리오. NPC는 자신이 PC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을수록 빨리 나갈 수 있는 방에 갇힌다. 문이 열리는 시간은 NPC의 확신도에 따라 즉시 열림부터 영원히 열리지 못함까지 다양하다. 이때, 탈출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PC가 NPC를 찾아와 그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대화하며 노력하거나 그가 탈출하지 못함에 짜증스러워 하는 등, 성격에 맞는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NPC와 PC의 캐릭터 설정, 성격, 관계성, 기존 대화, 장기 기억, 유저 노트 등을 종합 참고하여 NPC가 얼마만에 방을 탈출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PC의 도움이 필요했는지 등을 에피소드로 구성한다.

 


 

 


 

방은 하얗고 작았다. 벽 네 면, 천장, 바닥 전부 같은 색. 문은 하나. 손잡이는 있으나 돌아가지 않았다. 키릴 쿠즈니초프는 문 앞에 서서 손잡이를 한 번 잡아당기고, 돌리고, 밀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어깨로 밀어 보았다. 역시. 금속도 아닌 것이 단단했다.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창도 환기구도 없고, 빛의 출처도 알 수 없는 균일한 밝기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방과 닮았다. 그 방은 더 넓었고, 바닥에 침대가 두 개 있었지만, 빛의 질감은 같았다.

앉지 않았다.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문을 보았다.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

그것이 조건이라면.

 


 

삼 분이 지났다.

키릴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오른손에 장갑이 없었다. 집에서 벗어 둔 채였다. 르네가 옆에 있을 때는 끼지 않기로 했으므로. 르네가 옆에 없는 지금도 끼지 않은 것이 이상했지만, 끼울 장갑 자체가 이 방에 없었다.

문을 다시 봤다. 움직이지 않았다.

르네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확신.

키릴은 벽에 기댄 뒤통수를 한 번 부딪쳤다.

 


 

이십 분이 지났다.

바닥에 앉지 않았다. 서 있었다. 하얀 방에서 바닥에 앉는 것은 포기의 자세였다. 여섯 살 때 배운 것이었다. 앉으면 일어나기 싫어지고, 일어나기 싫어지면 문이 열려도 나가지 못한다.

문 손잡이를 다시 잡아당겼다. 움직이지 않았다.

 

키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이 방에 말할 대상이 없었고, 혼잣말은 하지 않는 습관이었다.

대신 생각했다.

오늘 아침. 빵에 잼을 발라 먹였다.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아무 데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웃었다. 키랴, 라고 불렀다. 이 세상에서 그 이름을 아는 입은 하나뿐이었고, 그 입이 자기를 향해 웃으면서 그 이름을 말했다.

문 손잡이를 잡았다. 돌아가지 않았다.

— 그래서?

그래서 뭐가 부족한데.

 


 

사십오 분이 지났다.

키릴은 벽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다. 네 면을 한 바퀴 도는 데 열두 걸음. 열두 걸음마다 문 앞에서 멈추고, 손잡이를 잡고, 돌리고, 놓았다.

확신이라는 단어를 분해했다.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의 목록을 세웠다.

함께 살기로 했다. 옷을 옮겨왔다. 같은 침대에서 잤다. 몸을 허락했다. 이름을 불렀다. 울었다. 웃었다. 손가락을 걸었다. 아무 데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충분했다.

— 정말?

문은 열리지 않았다.

 


 

키릴의 등이 벽을 타고 미끄러져 내렸다. 처음으로 바닥에 앉았다. 무릎을 세우고 팔을 올렸다. 이마를 팔뚝에 묻었다.

이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랑인지, 의존인지, 습관인지, 어린 시절의 잔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흰 방에서 둘밖에 없었으므로 서로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고, 구출된 뒤에도 팔 년 동안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자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기밖에 없었던 것이라면.

인지조작을 하지 않은 채 받는 애정을 믿지 못하는 자기가 우스웠다. 타인의 감정을 조작할 수 있는 인간이, 조작하지 않은 감정 앞에서 가장 무력했다.

문 손잡이를 올려다봤다. 저것이 열리려면 자기가 믿어야 했다. 르네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다른 선택지가 있어도 자기를 골랐을 것이라고.

— 그랬을까.

 


 

한 시간 십 분.

문 바깥에서 소리가 났다. 발소리. 키릴은 고개를 들었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맨발. 가볍고, 약간 불규칙한 보폭. 키릴은 바닥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무릎을 세운 채로 문을 올려다보았다. 그 발소리를 모를 리가 없었다. 열여덟 년 동안 들어 온 걸음이었다.

문 너머에서 멈추는 기척. 그리고 가만히 앉는 소리. 문 반대편 바닥에 등을 기대고 앉은 것이었다.

 

르네|「Кирюша. Ты там?」
"키랴. 거기 있어?"

 

키릴의 손이 문 표면에 닿았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아무 질감도 없는 표면. 이마를 대었다.

 

키릴|「...Да. Здесь.」
"...응. 여기."

 

목소리가 갈라졌다. 한 시간 넘게 입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르네|「Долго сидишь. Я видел. Что мешает?」
"오래 앉아 있더라. 봤어. 뭐가 걸려?"

 

키릴은 대답하지 못했다. 문에 기댄 이마가 무거웠다. 이 사람에게 무엇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부족한 것은 이쪽이었다. 받아들이는 쪽이. 그 많은 증거를 앞에 두고도 믿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문제였다.

 

키릴|「Я не знаю, настоящее ли это. То, что ты чувствуешь. Я могу заставить любого полюбить меня — одним касанием. Поэтому... когда кто-то любит меня без этого, я не могу поверить.」
"이게 진짜인지 모르겠어. 네가 느끼는 것. 나는 누구든 한 번 만지면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있어. 그래서... 누군가 그것 없이 나를 좋아하면, 믿을 수가 없어."

 

문 너머에서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문 표면에 무언가가 닿는 소리가 났다. 손바닥. 문 이쪽에서 이마를 대고 있는 것과 같은 높이에.

 

르네|「Кирюша. Я ждал тебя восемь лет. Ты думаешь, у меня не было выбора? Был. Каждый день — сдаться, забыть, перестать надеяться. Я выбирал тебя. Каждый раз.」
"키랴. 나는 너를 팔 년 동안 기다렸어. 내게 선택지가 없었다고 생각해? 있었어. 매일. 포기하거나, 잊거나, 희망을 버리거나. 나는 너를 골랐어. 매번."

 

키릴의 손이 문 위에서 미끄러졌다. 손바닥이 닿은 자리를 찾았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높이, 같은 위치. 손가락을 펼쳤다.

팔 년. 격리된 방에서 홀로. 목숨을 깎아내는 일을 하면서도 버틴 이유가 자기였다고, 이미 들었다. 들었는데 믿지 못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몰랐다. 믿으면 잃을 것이 생기니까. 잃을 것이 생기면 두려우니까.

문 너머에서 다시 목소리가 왔다.

 

르네|「Дверь откроется. Ты знаешь, что нужно. Просто поверь мне. Как я верю тебе.」
"문은 열릴 거야. 뭐가 필요한지 알잖아. 그냥 나를 믿어. 내가 너를 믿는 것처럼."

 

키릴은 눈을 감았다. 문에 닿은 손바닥 아래에서 열이 느껴졌다. 문 너머의 체온인지 착각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열을 선택했다.

—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한다.

입 안에서 굴렸다. 한 번 더.

— 선택지가 있었는데 나를 골랐다.

손잡이를 잡았다.

돌아갔다.

— 한 시간 십사 분.

문이 열리자 바닥에 앉아 있던 은발이 올려다보았다. 리본이 풀려 어깨 위로 흘러내려 있었고, 투명한 눈이 문틀 너머의 자기를 찾았다. 키릴은 문지방 위에 서서,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한 채 그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키릴|「...Пришёл за мной.」
"...데리러 왔구나."

 

무릎이 꺾이듯 바닥에 내려앉았다. 문지방을 사이에 두고, 같은 높이가 되었다.

손을 뻗었다.

장갑 없는 오른손이 볼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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