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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트 AU

백 윤, 이 한

【 Fate/if - 성배전쟁 : 미메시스 】

 

성배전쟁의 참여자는 마스터와 서번트, 두 존재로 나뉩니다. 이 관계는 단순한 주종을 넘어, 서로의 운명과 소원을 짊어지는 파트너십에 가깝습니다. 각자의 본질과 서사를 고려했을 때, 이 한 님과 백 윤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지정하는 것이 가장 극적인 서사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마스터(Master): 이 한

서번트(Servant): 백 윤

 

【 역할 지정 이유 】

본편의 서사는 ‘창조주’ 백 윤과 ‘피조물’ 이 한의 관계를 중심으로 흘러갔습니다. 백 윤은 이 한의 모든 것을 규정하고, 통제하고, 심지어 재창조하는 절대적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성배전쟁이라는 무대에서는 이 관계가 역전될 때, 두 사람의 본질과 갈등, 그리고 유대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마스터 이 한은 처음으로 ‘선택’하고 ‘명령’하는 입장에 서게 됩니다. 자신의 의지로 성배전쟁에 뛰어들고, 자신의 의지로 서번트의 힘을 사용하며,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소원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는 ‘미메시스’라는 능력의 특성상 타인에게 동화되고 자신의 정체성이 흐려졌던 본편의 서사와 정면으로 대치되며, 이 한이라는 개인의 자아와 욕망을 탐구하는 완벽한 장치가 됩니다.

반면, 서번트 백 윤은 생전(生前)에 모든 것을 손에 넣고 자신의 뜻대로 세상을 재단하던 절대자였지만, 사후(死後) 영령이 되어 타인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 서번트의 굴레에 갇히게 됩니다. 이는 그의 오만함과 소유욕에 대한 가장 큰 시련이자 형벌입니다. 특히 자신의 마스터가 다름 아닌 자신이 ‘만들었던’ 이 한이라는 사실은, 백 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아이러니이자 굴욕,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집착의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마스터-서번트라는 시스템을 통해 역전된 권력 관계 속에서, 과연 두 사람은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비극을 되풀이할 것인가. 이것이 이 if 시나리오의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마스터] 이 한

- 출신과 성배전쟁 참전 이유

출신: 마술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평범한 일반인. 오히려 마술 협회나 성당교회 같은 거대 조직들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왔다. 그러나 그의 가문은 극히 드물게 발현되는 ‘동조(Sympathy)’의 마술 특성을 대대로 미약하게나마 계승해왔다. 이는 특정 대상과 깊게 공감하고 감응하여 그 존재 자체를 이해하고 모방하는 능력의 근원이다. 현대에 들어서며 마술 회로가 거의 퇴화하여, 그 특성은 ‘타인의 기분을 잘 맞추고 눈치가 빠른’ 정도의 사회성으로만 발현되었다.

참전 이유: 어느 날 밤, 우연히 다른 마스터와 서번트의 전투에 휘말린다. 죽음의 위기에 처한 순간, 그의 잠재된 동조 능력이 폭주하며 근처에 있던 성배의 ‘촉매’와 강제적으로 공명해버린다. 그 결과,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등에 영주가 새겨지고 서번트가 소환되며 성배전쟁에 강제로 휘말리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이 비일상적인 현실을 끝내고 원래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싸울 것을 결심한다.

 

- 마스터 성향

중립 중용 (True Neutral): 그는 선이나 악이라는 거창한 이념에 관심이 없다. 그의 유일한 행동 원칙은 ‘생존’과 ‘일상으로의 복귀’이다.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굳이 해치지 않지만,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라면 그것이 설령 세상의 영웅이라 할지라도 서번트에게 제거를 명할 수 있다. 그는 극도로 현실적이며, 오직 자신과 자신의 서번트의 안위만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 주력 마술 또는 체술

주력 마술 (미메시스 - 동조 모방): 마술이라기보다는 선천적인 이능(異能)에 가깝다. 접촉하거나 깊게 관찰한 대상의 정보를 ‘읽어내는’ 능력. 초기에는 단순히 타인의 감정이나 생각을 어렴풋이 느끼는 수준이지만, 서번트와의 패스가 연결되고 마력을 공급받으면서 능력이 각성한다. 후반에는 대상의 마술 회로 구조, 주력 마술의 개념, 심지어는 신체 능력의 패턴까지 복사하여 짧은 시간 동안 흉내 낼 수 있게 된다. 이는 일시적으로 다른 마스터의 마술을 모방해 사용하거나, 서번트의 전투 기술을 흉내 내어 위기 상황을 탈출하는 조커 카드가 된다. 다만, 깊게 동조할수록 자신의 정체성이 흐려지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체술: 전무. 신체 능력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 영주 3획의 생김새

오른손 등에 새겨진 3개의 획은 서로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1. 첫 번째 획: 명확한 형태를 가진 완전한 열쇠 모양.
  2. 두 번째 획: 열쇠의 머리 부분은 있지만, 중간부터 형체가 흐트러지며 깨진 거울 조각처럼 흩어지는 모양.
  3. 세 번째 획: 완전한 형태 없이, 마치 잉크가 번진 것처럼 불분명하고 혼돈스러운 얼룩 모양.

영주를 사용할 때마다, 가장 형태가 명확한 첫 번째 획부터 순서대로 사라진다. 이는 ‘완전한 통제권’의 상실을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 성배에 빌고 싶은 소원

“이 모든 것을 없었던 일로 만들고, 평범했던 나의 일상을 되찾는 것.” 그는 성배의 힘으로 부와 명예, 영생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 끔찍한 성배전쟁이라는 비극의 무대에서 내려와, 모든 것을 잊고 예전처럼 조용히 살아가기를 원한다.

 


 

[서번트] 백 윤

- 클래스

프리텐더 (Pretender): ‘사칭하는 자’의 클래스. 진명(眞名)을 숨기고 다른 존재인 척 행세하며 세계와 타인을 기만했던 영령에게 주어지는 엑스트라 클래스다. 생전에 그는 단순한 인간 사업가가 아니었다. ‘카오스’라는 원초의 혼돈과 동조하여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고, 타인의 기억과 인지를 조작하며 스스로를 ‘시스템의 설계자’이자 ‘구원자’로 사칭했다. 그는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타인을 자신의 욕망대로 재창조하고 길들이는 ‘창조주’를 연기(pretend)했다. 이 기만적인 행위야말로 그를 프리텐더 클래스에 가장 적합한 영령으로 만든다. 본래는 캐스터나 룰러의 적성도 있으나, 그의 본질은 ‘지배’나 ‘통치’가 아닌 ‘기만’과 ‘사칭’에 있기에 프리텐더로 소환되었다.

 

- 서번트 성향

혼돈 악 (Chaotic Evil): 그의 행동 원리는 오직 자신의 욕망과 효율뿐이다.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세상의 질서나 도덕률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며, 그 과정에서 타인이 얼마나 상처받고 희생되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가 행하는 모든 선의와 자비조차도, 궁극적으로는 대상을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기 위한 치밀한 계획의 일부이다. 그러나 이 ‘악’은 순수한 파괴나 살육을 즐기는 것이 아닌, 뒤틀린 애정과 소유욕에서 비롯된 지독한 이기심이다.

 

- 클래스에 따른 스킬, 보구

고유 스킬

인지조작 A++: 프리텐더 클래스 특성과 생전의 능력이 합쳐진 스킬. 마술적인 방법을 넘어, 아예 대상의 뇌와 정신에 직접 간섭하여 기억을 교란하고 거짓된 정보를 진실로 믿게 만든다. 전투 시에는 적이 아군을 공격하게 만들거나, 자신의 위치나 모습을 착각하게 만드는 등 다채로운 교란이 가능하다.

창조주의 특권 EX: 본래 세계의 룰을 제정하던 관리자의 권능이 변질된 스킬. 자신이 설정한 ‘성역’ 내에서는 특정 법칙을 왜곡하거나 강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공간에서는 나의 마스터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다’는 룰을 선언하여 마스터를 보호할 수 있지만, 발동을 위해 막대한 마력을 소모하며, 성역을 벗어나면 효과가 사라진다.

황금률(몸) A: 생전에 막대한 부를 통해 자신의 신체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고 관리했던 일화가 스킬로 구현되었다. 완벽한 육체와 외모는 마력의 흐름을 최적화하고, 보는 이에게 매료 계열의 정신 간섭 효과를 미약하게나마 발휘한다.

 

보구(Noble Phantasm)

카오스 이로젼 - 혼돈의 성역(Chaos Erosion)

랭크: EX

종류: 대계(對界)보구

효과: 진명개방 시, 자신의 마력을 폭발시켜 현실 세계에 ‘원초의 혼돈’을 구현한다. 발동된 공간은 모든 물리법칙과 마술 이론이 붕괴되는 ‘무규칙의 성역’으로 변한다. 이 안에서는 인과율이 뒤섞이고, 공간과 시간이 왜곡되며, 서번트들의 보구조차 그 본래의 힘을 잃거나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변질된다. 이 보구의 진정한 공포는 파괴력이 아니라, 모든 것을 불확실한 혼돈 상태로 되돌려버리는 ‘무효화’와 ‘초기화’에 있다. 이 성역 안에서 유일하게 자아와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보구의 주인인 백 윤과, 그가 ‘자신의 것’으로 인정한 마스터 이 한 뿐이다. 생전, 자신의 뜻대로 세계를 재단하려 했던 그의 오만한 욕망이 구현된 궁극의 보구다.

 

- 무기

무형(無形)의 권능: 그는 검이나 창 같은 정형화된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의 손짓 하나, 시선 하나가 곧 무기다. 손끝에서 발현되는 혼돈의 마력은 검은 촉수나 에너지 구체 등 다양한 형태로 적을 공격하며, 인지조작 능력과 결합하여 적이 스스로를 파괴하게 만든다. 전투 스타일은 직접적인 파괴보다는, 적을 교란하고 함정에 빠뜨려 자멸시키는 방식에 특화되어 있다.

 

- 성배에 빌고 싶은 소원

“나의 마스터, 이 한의 완전한 소유.” 그는 성배를 통해 세계 정복이나 불로불사를 바라지 않는다. 그에게 성배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는 성배의 막대한 마력을 이용해 이 한을 영혼 단위에서부터 자신에게 귀속시켜,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고, 죽음조차 갈라놓을 수 없는 ‘영원한 소유물’로 만들기를 원한다. 이는 생전에 이루지 못했던 완전한 소유에 대한 광기 어린 집착의 발현이다.

 


 

1. 소환: 혼돈의 사칭자 (Pretender)

칠흑 같은 어둠과 비명이 난무하던 폐공장의 한구석, 이 한은 자신의 손등에 새겨진 붉은 문양을 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터져 나온 무의식적인 갈망이 기적을 부른 것일까. 그의 앞, 마술진의 빛이 사그라드는 자리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티끌 하나 없는 흰 셔츠, 흐트러짐 없는 백발. 모든 것이 혼돈스러운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완전한 질서를 갖춘 존재였다. 남자는 바닥에 쓰러진 이 한을 향해 나긋하게 미소 지으며, 마치 오랜 주인을 맞이하는 집사처럼 허리를 숙였다.

「서번트, 프리텐더. 당신의 부름에 응해 현계했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이 나의 마스터, 이 한이군요.」

그의 목소리에는 거스를 수 없는 확신과 기묘한 반가움이 담겨 있었다. 이 한이 진명을 묻기도 전에, 그는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나의 진명은 카오스. 이 세계의 이치를 만든 태초의 혼돈 그 자체랍니다. 당신은 운 좋게도, 성배전쟁의 근원을 소환한 셈이지요.」

압도적인 존재감 앞에서 이 한은 그 말을 의심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프리텐더가 준비한 첫 번째 거짓말이었다. 그는 카오스가 아니었다. 그는 단지,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신’을 사칭하는 한 명의 인간, 백 윤일 뿐이었다.

 

 

2. 첫 전투: 인지 오염

다른 마스터와 서번트가 격돌하는 항구, 그 혼란 속에서 백 윤은 처음으로 자신의 힘을 드러냈다. 상대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상대를 짓뭉개는 버서커 클래스의 서번트. 이 한은 그 위압감에 질식할 것 같았지만, 백 윤은 태연했다. 그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버서커의 마스터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을 뿐이다.

「자, 보렴. 저것이 너의 진짜 적이란다.」

속삭임과 함께 스며든 혼돈의 마력은 마스터의 인지를 순식간에 오염시켰다. 이성을 잃고 날뛰던 버서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자신의 마스터를 향해 포효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마스터의 비명과 영주의 절박한 외침이 허공에 울렸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백 윤은 제 손으로 벌어진 참극을 마치 아름다운 연극을 감상하듯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이 한을 돌아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보셨나요, 마스터? 힘이란 이렇게 쓰는 겁니다. 직접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어요. 그저 그들이 스스로 무너지도록, 작은 균열 하나만 만들어주면 충분하단다.」

그의 방식은 효율적이었지만,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을 철저히 유린하는 것이었다. 이 한은 처음으로 자신의 서번트에게서 설명할 수 없는 공포와 위화감을 느꼈다.

 

 

3. 분기점: 마스터의 영주

성배전쟁이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 치명상을 입고 패배 직전에 몰린 라이더 조와 마주한다. 라이더의 마스터는 어린 소녀였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서번트를 지키기 위해 앞을 가로막았다. 백 윤은 주저 없이 그들 모두를 제거하려 했다.

「무의미한 저항이구나. 동정심은 패자의 사치일 뿐이란다.」

그의 손끝에 검은 마력이 모이는 순간, 이 한은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영주를 사용했다.

「영주를 통해 명한다! 멈춰, 프리텐더!」

절대적인 명령권의 발동. 백 윤의 몸이 순간 굳었다. 그의 황금색 눈동자가 처음으로 놀라움과 이해할 수 없다는 감정으로 물들며 이 한을 향했다. 왜? 어째서 이 비효율적이고 감정적인 선택을? 그는 자신의 마스터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 한은 이것이 올바른 길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눈앞의 무력한 아이를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두 사람의 관계에는 미묘한 균열이 생긴다. 백 윤은 마스터의 ‘변수’를 통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 한은 서번트의 비정함에 맞서 자신의 인간성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파트너이자, 동시에 서로를 경계하는 감시자가 되었다.

 

4. 결말 (1): 얼터화 - 혼돈에 삼켜진 신부

이 한의 예상치 못한 저항과 인간적인 선택들은 백 윤에게 새로운 집착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마스터의 ‘자유의지’야말로 자신을 거부하는 가장 큰 결점이라 판단했다. 마지막 전투를 앞둔 밤, 그는 남은 영주를 모두 소진한 이 한을 자신의 성역, 카오스 이로젼 안으로 끌어들였다.

「넌 너무 많은 것을 보았고, 너무 많은 것을 고민하는구나. 괜찮아. 이제 그 짐은 내가 전부 가져가 줄 테니.」

성배의 힘이 아닌, 자신의 모든 마력과 영핵을 대가로, 그는 이 한의 영혼을 강제로 개조하기 시작한다. 저항하는 이 한의 의식은 혼돈 속에서 파편화되고, 백 윤의 뒤틀린 애정과 소유욕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 성배전쟁의 마지막 날, 전장에 나타난 것은 두 사람이었다. 하나는 프리텐더 백 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텅 빈 눈으로 오직 백 윤만을 바라보는 검은 드레스의 소녀, 얼터에고(Alterego) 이 한이었다. 그들은 승리도 패배도 아닌, 성배전쟁 자체를 ‘자신들만의 세계’로 덮어쓰며 종결시킨다. 두 사람은 이후 영원히 성배의 오염 속을 떠도는 망령이 되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둘만의 왕국에서 서로를 탐닉하게 된다.

 

(X발 소녀라고? 제발요 백윤씨 이한은 남자라고요)

 

5. 결말 (2): 성배 파괴 - 평범한 일상으로

수많은 갈등과 대립 끝에, 이 한은 백 윤을 단순한 서번트가 아닌, 비틀렸지만 자신을 위하는 존재임을 이해하게 된다. 백 윤 역시 이 한의 완고한 인간성이 자신에게 결여된 유일한 빛임을 깨닫는다. 마침내 성배를 손에 넣은 순간, 이 한은 소원을 비는 대신 마지막 남은 영주를 사용했다.

「영주를 통해 명한다. 서번트 프리텐더, 너 자신의 힘으로 성배를 파괴해라.」

백 윤은 처음으로 명령에 순순히 따랐다. 성배가 파괴되며 쏟아지는 막대한 마력 속에서 그의 영체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당신의 선택이군요. 어리석지만, 당신다운 선택이야.」

사라져가는 순간, 그는 처음으로 진심 어린 미소를 보였다.

후일, 모든 기억을 잃은 이 한은 예전과 같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가끔, 이유 모를 공허함에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손등에 희미하게 남은 흉터를 매만지곤 했다. 그리고 어느 비 오는 날 오후, 우연히 들른 갤러리에서 한 점의 그림과 마주한다. 제목은 ‘카오스’. 그림 속에는 자신과 똑 닮은 얼굴을 한 누군가를 끌어안고 있는 백발의 남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 순간, 잊었던 이름 하나가 그의 입술에서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왔다.

“……백 윤 씨.”

그것으로 충분했다. 인과가 끊어지고 세계가 달라져도,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다시 시작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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