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작은 웃음이 한 번. 여명은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어쩌면 뒤가 아닌 곁에서.
무너진 외벽 틈으로 나서는 순간 빗줄기가 얼굴 위로 수직으로 떨어졌다. 폐허 안쪽에서 천장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물과는 결이 달랐다. 노출된 피부 전체를 한꺼번에 두드리는 냉기가 군복 칼라 위를 통과해 목 뒤 피부를 따라 내려갔다. 골목은 어두웠다. 가로등 하나가 전선 끝에서 불규칙하게 깜박이며 빗줄기 속에 좁은 빛의 원을 그렸다가 사라졌고, 그 아래 고인 빗물 위에 번진 빛이 다시 찰나처럼 일렁이다 꺼졌다.
7은 출구 쪽 잔해 위에 쌓인 물기를 군화 밑창으로 밟으며 걸음을 옮겼다. 콘크리트 모서리에 걸린 빗물이 군복 소매 끝을 다시 한 번 차갑게 적셨다. 발바닥 아래로 골목 바닥의 진동 결이 올라왔다. 섹터 4 방향의 고요함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다. 그 종류의 고요함은 빗소리에 덮여 더 판단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공기 속에 녹아 있었다. 7은 그것을 발바닥과 귀 두 곳으로 동시에 읽으면서 걸음 속도를 유지했다.
여명이 뒤가 아닌 곁에서 걸었다. 7은 그것을 발소리로 먼저 알았다. 빗물을 머금은 니트 원피스의 무게가 걸음 리듬에 미세하게 실려 있었고 그 리듬이 7의 걸음 속도와 어긋나지 않았다. 작은 웃음이 한 번 지나간 얼굴이 빗줄기 속에서 아직 그 잔향을 조금 머금고 있었다. 7은 시선을 골목 끝 쪽으로 유지한 채 그것을 시야 가장자리로 받아냈다. 선글라스가 가슴 주머니 안에 있었다. 가로등이 다시 한 번 깜박이다 꺼졌다. 그 순간 골목의 어둠이 한 층 더 짙어졌고 빗소리만이 모든 표면 위를 고르게 두드렸다.
골목은 빗물이 벽 사이를 좁게 흘러내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7은 앞을 걸으며 군화 밑창이 고인 물 위를 밟을 때마다 올라오는 차가운 수압을 발바닥 전체로 받아냈다. 아스팔트 균열 사이에 고인 물이 군화 옆면을 적시고 발목 아래 공기를 낮게 채웠다. 완차이 구역 특유의 냄새가 빗속에서 더 짙어졌다. 하수와 콘크리트 먼지가 뒤섞인 냄새, 그 위로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인근 야시장 기름 냄새가 얇게 섞여드는 냄새. 7은 그 모든 것을 콧속 어딘가에 무심히 받아들이며 골목 끝 어둠을 읽었다. 섹터 4 방향의 고요함은 여전히 같은 밀도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것이 오히려 더 경계해야 할 종류의 고요함이라는 사실을 7은 발바닥과 귀 두 곳으로 동시에 읽으며 걸음을 조율했다.
여명의 걸음 폭이 7의 보폭에 맞춰 미세하게 늘어나 있었다. 억지로 맞추려는 리듬이 아니라 공간을 함께 읽는 방식으로 속도를 조율하는 것이었다. 빗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검정 니트 원피스가 여명의 어깨 위에서 냉기를 품은 채 걸음 리듬에 실려 조금씩 흔들렸다. 소매 끝에서 빗물이 손끝 쪽으로 흘러내리는 게 시야 가장자리에 걸렸다. 7은 그것을 확인하고도 말을 얹지 않았다. 골목 벽면에 붙은 낡은 광고 스티커가 빗물에 불어 반쯤 떨어져 나와 바람에 찰싹이는 소리가 발소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가로등 하나가 다시 깜박이다 완전히 꺼졌다.
분기점이 나왔다. 골목이 두 방향으로 갈라지는 지점에서 7은 걸음을 한 박자 줄이며 오른쪽 방향을 훑었다. 그쪽은 완차이 카지노 방향이었고 7의 코핀 홈이 있는 구역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왼쪽은 여명이 말했던 세탁소 방향. 7은 두 방향의 어둠을 한 번씩 훑은 뒤 발을 멈추며 여명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빗줄기가 7의 이마 위를 타고 내려와 눈썹 아래에서 잠시 맺혔다가 뺨을 타고 흘렀다. 선글라스가 가슴 주머니 안에 있었다. 빗물이 얼굴 위를 직접 두드렸다. 7은 그것을 닦지 않은 채 여명을 내려다보았다.
시선이 마주쳤다. 똑같이 빗줄기가 여명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명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타고 흐르는 빗줄기를 쓸었다.
분기점의 어둠이 두 방향으로 고르게 퍼져 있었다. 빗줄기가 골목 전체를 수직으로 채우며 아스팔트 위에서 낮게 튀어 올랐다. 7은 걸음을 멈춘 채 여명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선글라스 없이 노출된 눈매는 빗물이 이마 위를 타고 내려와 눈썹 아래에서 맺혔다가 뺨 위를 흘러가는 것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 찰나에 여명의 손이 뻗어왔다. 손가락 끝이 뺨 위의 빗줄기를 한 번 훑고 지나갔다.
손끝의 온기가 빗물이 식혀놓은 피부 위에서 순간적으로 선명하게 남았다. 7은 그 접촉이 지나간 자리를 느끼며 미세하게 굳었다. 피부 위에서 이미 빗물이 그 자리를 다시 채우고 있었지만 손끝이 남기고 간 온도의 결이 그것과 달랐다. 7의 연한 회색 눈동자가 여명의 눈을 정면으로 붙잡았다. 빗줄기가 두 사람 위를 똑같이 두드리며 골목 바닥 위에서 낮은 소음을 만들어냈다. 여명의 뺨 위로도 빗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7은 그것을 시야 전체로 받아내며 입을 열지 않았다. 손끝이 남긴 온기의 잔향이 뺨 위에서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채였다.
7의 턱 근육이 한 번 미세하게 움직였다. 빗소리 너머로 완차이 구역 어딘가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가 골목의 공기를 낮게 채웠다. 7은 여명의 눈동자 안쪽을 읽으려는 것처럼 시선을 그 자리에 고정한 채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빗물 냄새와 콘크리트 먼지 냄새 위로 여명의 체온에서 올라오는 미세한 온기가 섞여들었다. 니트 원피스가 빗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채 어깨 위에서 냉기를 품고 있었다. 7은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다시 여명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손을 들었다. 손가락이 여명의 뺨 위를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한 번 쓸었다. 여명이 자신에게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엄지손가락 옆면이 뺨의 차가운 피부 위를 지나가며 빗물을 걷어냈다. 7은 그 동작이 끝난 뒤에도 손을 거두지 않고 여명의 턱 아래 옆면에 손가락을 느슨하게 걸쳐두었다. 빗줄기가 그 위로 계속 떨어졌다.
... 이제 여기에서, 왼쪽으로 가면 돼요.
여명의 목소리가 빗소리 사이로 짧게 끼어들었다. 왼쪽. 7은 그 단어가 공기 위에 얹히는 방식을 들으며 시선을 왼쪽 방향 어둠 끝으로 한 번 옮겼다. 골목이 꺾이는 지점 너머로 완차이 구역 특유의 낡은 간판 불빛이 빗줄기 속에서 번져 있었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섞인 빛이 빗물에 번지면서 아스팔트 위에 낮고 흐릿한 색채를 만들어냈다. 7은 그 방향의 어둠이 어느 밀도로 쌓여 있는지를 눈으로 읽으며 왼쪽 분기점 쪽 공기의 질감을 발바닥과 귀로 동시에 받아냈다. 섹터 4 방향의 고요함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고여 있었다. 빗소리가 그 고요함 위를 덮으며 골목 전체를 수직으로 채웠다.
턱 아래 옆면에 느슨하게 걸쳐둔 손가락이 여명의 피부 위에서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빗줄기가 손등 위를 계속 두드렸다. 손가락 끝에 닿은 여명의 피부는 빗물에 식어 있으면서도 그 아래 체온의 층이 얇게 남아 있었다. 7은 그것을 손끝으로 읽으며 시선을 다시 여명 쪽으로 돌렸다. 연한 회색 눈동자가 여명의 얼굴 위를 한 번 느리게 훑었다. 뺨 위로 흘러내리는 빗줄기, 빗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니트 원피스의 어깨 선, 그 모든 것을 시야 전체로 받아내며 7은 손가락을 천천히 거두었다. 거두는 속도가 느렸다.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그 속도가 자연스러웠다.
손가락이 거두어진 자리에 빗줄기가 다시 내려앉았다. 7은 그것을 확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확인하며 왼쪽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군화 밑창이 아스팔트 위의 얕은 물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낮고 둔탁한 소리가 빗소리 아래에서 끼어들었다. 여명의 발소리가 그 옆에서 고르게 따라붙었다. 7은 그 리듬을 귀 가장자리로 받아내며 전방의 어둠 밀도를 읽었다. 완차이 구역의 골목은 낡고 좁았다. 양옆 건물 벽면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 콘크리트 틈을 타고 아스팔트로 합류했고 그 위에서 낡은 간판 불빛이 찰나마다 다른 형태로 번졌다. 붉고 노란 빛이 뒤섞인 채 빗물 위에서 흔들렸다. 7은 그 흔들림을 눈 끝으로 처리하며 여명 쪽으로 시선을 한 번 옆으로 흘렸다. 검정 니트 원피스가 빗물을 충분히 머금어 어깨 선에서 형태를 잃어가고 있었다.
빗물 냄새와 콘크리트 먼지 냄새가 골목 공기 아래에 낮게 깔려 있었다. 군복의 소재가 어깨와 등 위에서 무게를 더하며 피부에 냉기를 밀착시켰다. 7은 그것을 몸으로 받아내며 다시 전방으로 눈을 돌렸다. 골목이 한 번 꺾이는 지점에서 7은 걸음을 반박자 늦추며 모퉁이 너머의 공기를 귀와 발바닥으로 먼저 읽었다. 이상 없음. 빗바람에 흔들리는 간판 하나가 쇠 마찰음을 짧게 내뱉고 다시 조용해졌다. 7은 그것을 처리하며 여명과 보폭을 다시 맞추었다. 회색 눈동자가 빗줄기 속에서 골목 끝 어둠을 훑다가 여명의 옆얼굴 위에 잠시 머물렀다.
간단한 길이니 기억하기 쉬울 거예요. 특징도 없고, 오랜 시간 변하지도 않고.
여명의 목소리가 빗소리와 같은 층위에서 흘러나왔다. 특징도 없고 오랜 시간 변하지도 않는다. 7은 그 문장이 골목 공기 위에 얹히는 방식을 귀 끝으로 받아내며 시선을 전방 어둠 깊숙이 밀어 넣었다. 완차이 구역의 골목은 말 그대로 그러했다. 꺾이는 각도도 없이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낡은 간판 불빛이 번지는 지점에서 조용히 끝나는 구조였다. 군화 밑창이 얕은 물웅덩이를 밟을 때마다 아스팔트 균열 사이로 빗물이 튀었고 그 낮고 둔탁한 소리가 빗줄기 아래에서 짧게 끼어들었다가 사라졌다. 여명의 발소리가 그 옆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붙었다. 7은 그 리듬을 들으며 골목 양옆 건물 벽면의 수직선을 눈으로 훑었다. 빗물이 콘크리트 표면을 타고 흘러내리며 낡은 시멘트 냄새를 골목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세븐. 여명이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이 뒤로 바빠요?
세븐. 그 두 음절이 빗소리 층위 아래에서 건져 올라왔다. 여명이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7은 그것을 귀 끝으로 받아내는 찰나에 걸음의 무게중심이 미세하게 옮겨지는 것을 발바닥으로 느꼈다. 군화 밑창이 아스팔트 위의 얕은 물웅덩이를 밟으며 낮고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빗줄기 아래로 가라앉는 동안 7은 전방으로 향하던 시선을 옆으로 천천히 당겼다. 여명의 옆얼굴이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빗물에 젖은 검정 생머리가 어깨 선을 따라 무겁게 드리워져 있었고 뺨 위로 가는 빗줄기가 흘러내리며 턱 끝에서 끊겼다. 7은 그 끊기는 지점을 눈으로 처리하며 입꼬리를 한쪽으로만 천천히 올렸다.
골목 양옆 건물 벽면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 콘크리트 균열을 따라 아스팔트로 합류했다. 낡은 간판 하나가 쇠 마찰음을 짧게 내뱉으며 빗바람에 흔들렸다. 7은 그 소리를 귀 가장자리로 처리하며 걸음 속도를 유지했다. 군복 소재가 어깨와 등 위에서 냉기를 밀착시켰고 그 무게가 몸 전체로 균등하게 분산되어 있었다. 여명의 발소리가 그 옆에서 고른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붙었다. 7은 그 리듬을 들으면서 완차이 구역의 어둠 밀도를 눈으로 읽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상 없음. 골목 끝 어둠이 낡은 간판 불빛 아래에서 찰나마다 다른 형태로 번지고 있었다.
7은 여명의 질문에 즉각 대답하는 대신 골목 끝 어둠을 한 번 더 훑었다. 이 뒤로 바빠요. 그 문장이 빗소리 아래에서 짧게 가라앉았다가 공기 층위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군화 밑창이 아스팔트 균열을 밟으며 낮고 둔탁한 소리를 냈고 그 소리가 빗줄기 속으로 흡수되는 동안 7은 여명의 발소리 리듬을 귀 가장자리로 처리했다. 빗물에 젖은 군복 소재가 어깨와 등판에 밀착되어 냉기를 고르게 분산시켰다. 그 무게는 익숙했다. 낡은 간판 하나가 철 마찰음을 짧게 뱉으며 바람에 흔들렸고 7은 그 방향을 눈으로 처리한 뒤 다시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골목 끝에서 세탁소의 낡은 유리창 불빛이 빗물 위에서 번지고 있었다. 불빛은 선명하지 않았다. 완차이 구역의 밤이 그것을 흐리게 만들고 있었다. 7은 그 번짐의 반경을 눈으로 재면서 여명을 향해 입꼬리를 한쪽으로만 느슨하게 올렸다.
Not really.(딱히.)
대답이 빗소리 층위 위에서 짧게 끊겼다. 7은 그것을 설명하거나 덧붙이지 않았다. 완차이 구역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섹터 4 방향의 고요함은 여전히 경계의 영역 안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골목 안에서 그것은 먼 소음에 불과했다. 군화 밑창이 세탁소 입구 앞 아스팔트를 밟았다. 7은 걸음을 천천히 늦추며 세탁소 유리창 너머로 흐르는 불빛의 질감을 확인했다. 불빛 안에 움직임은 없었다. 빗물에 젖은 유리창 표면이 완차이 구역의 어둠을 희미하게 반사하고 있었다. 7은 건물 외벽의 균열과 낡은 간판 글자들을 눈으로 훑으며 주변의 이상 유무를 짧게 처리했다. 이상 없음. 7은 여명에게로 시선을 내렸다.
여명의 검정 생머리가 빗물을 머금어 어깨 선 위에서 무겁게 드리워져 있었다. 니트 원피스 소재가 몸의 윤곽을 따라 밀착되어 있었고 빗물에 젖은 옷의 냉기가 피부 위에서 얼마나 오래 버텨왔을지를 7은 시야로만 가늠했다. 얼굴 위로 흐르는 빗줄기를 닦으려는 시도 없이 여명은 그 상태로 서 있었다. 7은 그 고요함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손을 들어 여명의 머리칼 위로 가볍게 얹었다. 손바닥이 젖은 머리칼의 냉기를 받아냈다. 손가락을 벌려 머리칼을 감싸듯 쓸어 내리며 7은 빗물을 짜내듯 뒤통수에서 어깨 선까지 천천히 훑어 내렸다. 동작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서두르지도 않았다.
You're soaked.(흠뻑 젖었네.)
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7은 손을 거두며 여명의 옆 얼굴을 한 번 더 내려다보았다. 빗물 한 줄기가 여명의 관자놀이에서 뺨을 타고 턱 끝으로 흘러내렸다. 7은 그 흐름을 눈으로 따라가다가 세탁소 입구 쪽으로 턱을 가볍게 젖혔다. 완차이 구역의 빗소리가 골목 전체를 고르게 채우는 가운데 7의 발끝이 세탁소 문 방향을 향해 미세하게 틀어졌다. 골목 안 냉기가 두 사람 사이의 공기 층위에서 조용히 머물고 있었다. 7은 그 온도를 피부로 느끼며 여명의 다음 움직임을 기다렸다. 재촉하는 것도 없었다. 그냥 거기 서 있었다.
그러면 잠깐 들렀다 가요. 비 그칠 때까지.
세탁소 입구 앞 아스팔트 위에서 빗물이 낮은 소리로 튀어 올랐다. 7은 여명의 그 말을 귀 끝으로 받아내며 세탁소 유리문 너머의 내부를 눈으로 훑었다. 불빛은 낮고 황갈색이었다. 형광등이 아니라 백열구에 가까운 온기를 띠고 있었고 그 빛이 유리창 표면에 맺힌 빗물 사이로 번지며 골목 바닥에 불규칙한 윤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7은 그 윤기의 반경을 발끝으로 밟으며 잠시 세탁소 외벽을 살폈다. 낡은 벽돌 표면에 빗물이 스며들어 색이 짙어져 있었다. 입구 옆 작은 간판이 비에 젖어 글자의 윤곽이 번져 있었다. 군복 소재가 등판에 밀착된 채 냉기를 계속 방출했다. 7은 그 감각을 의식하며 여명에게로 시선을 내렸다.
빗물을 머금어 무거워진 여명의 머리칼이 어깨 선 위에서 드리워져 있었다. 니트 원피스의 소재가 몸의 윤곽을 따라 밀착된 채 빗물의 냉기를 품고 있었다. 7은 그 상태를 시야에 담으며 잠시 아무 말도 보태지 않았다. 빗소리가 골목 전체를 고르게 채우는 가운데 완차이 구역의 어둠은 변함없이 밀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섹터 4 방향의 고요함을 귀 가장자리로 처리하던 7은 그것이 지금 이 순간 경계의 우선순위 밖에 있음을 판단하며 여명의 제안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비 그칠 때까지. 그 말은 짧았지만 완차이 구역의 빗줄기가 얼마나 오래 이 골목을 적실지를 7은 감각적으로 알고 있었다. 오래 걸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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